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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학개론] 동거 1년 + 결혼 7년 + 부인 1 + 딸 1 = 나의 결혼학

서평/2021

by kode_협회장 2021. 1. 2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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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괄식으로 깔끔하게 이야기하겠다. 결혼은 초초초초복잡계이다. 누군가가 결혼생활에서 오는 모든 변수를 전부 다 책에 쓰려고 한다면 글쎄... 저자가 죽기 전에 다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양은 '벽돌 책'이 아니라 아예 '집책'이 될 것이다. 그 정도로 결혼생활을 좋게 또는 망하게 하는 요소를 딱 잘라 규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마 <결혼학개론>의 저자이신 벨린다 루스콤님은 추리고 추려서 가장 핵심적으로 또는 보편적으로 최소한 이것만이라도 이렇게 한다면 좀 더 나은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고 조언을 하신 것 같다. 만약 벨린다 루스콤님이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면 아마 Chapter 7 시월드가 있었을 수도 있다.

결혼학개론- 행복한 결혼생활로 안내하는 과학적인 가이드

<혼자 살아도 괜찮아>를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읽은 것과 별개로 사실 나는 결혼을 독신보다 지지한다. 아마 내 결혼생활에 만족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아내 역시 감사하게도 만족해한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정말 좋겠다.ㅎ) 동거 1년을 한 남자 친구였다가, 결혼 7년을 보내고 있는 남편이자, 5월에 만 3세가 되는 딸아이를 가진 아버지의 입장에서 결혼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상형

2012년, 데이팅의 앱의 오류로 독일에 있는 여자와 우연히 연락을 하게 되었다. 평소 롱디(장거리 연애)를 신뢰하지 않는 입장에서 그녀와 결혼은 물론 사귈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잡스 형님의 도움으로 매일같이 영상통화를 무료로 할 수 있었고, 별별 이야기까지 하면서 서로의 밑바닥을 공유했다. 사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친 그 왕관 장인의 기분으로 당시에 있던 답답함을 해소하려고 데이팅 앱을 썼던 것인데 의도와는 다르게 배우자를 만났다. 내가 찾던 여자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동거와 결혼에 대해서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을 설득하고, 독일로 날아왔다. 이 이야기만 3박 4일 짜리라 패스하고, 본론으로 돌아와 왜 그녀가 나의 배우자라고 확신이 들었을까? 누구나 배우자에 대한 이상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내 이상형은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죽어도 참지 못할 것을 단 한 개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이다.

그녀가 그렇다. 운이 좋게도 외모까지 내 이상형에 가깝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고, 뭐뭐 하는 척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다른 모습들이 그다지 힘들게 다가오지 않는다. 적어도 제일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으니 화낼 것도 딱히 없다. <결혼학개론>에서 잘 싸우는 것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로 인해 잘 싸울 수 있는 것 같다. 믿기 어렵겠지만 동거기간 포함해서 지금까지 8년 동안 크게 다툰 적이 없다. 물론 자존감이 낮거나 한쪽이 무조건 참는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할 말은 치열하게 하지만 싸움 없이, 비꼼 없이 대화를 할 수 있고 그 대화의 끝은 언제나 웃음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워낙 많은 요소가 있기에 정확하게 어떤 원인 때문에 이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냥 죽어도 참지 못할 것을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났으니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또 모른다. 며칠 뒤에 대판 싸울지.)

이런 생각도 해봤다. 저자는 우리가 배우자를 변화시킬 수 없고, 그것이 또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애초에 우리 둘은 상대를 변화시킬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별로 싸우지 않는 것인가 싶었다. 변화 대신 우린 서로 성장하고 싶었다. 이런 가치관이 운이 좋게도 잘 맞았다. 서로에게 이상적인 배우자가 되었다.  

내가 무엇을 가장 싫어하고 참지 못하는지 자신의 호불호 메타인지를 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미혼자는 결혼 상대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기혼자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행동이 아니니깐 참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만약 제일 싫어하는 행동을 배우자가 한다면 바로 그곳이 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Unsplash Yoab Anderson

 

가변성

<결혼학개론>에서 정말 공감했던 키워드는 '익숙함'이다. 서로에게 익숙해진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이심전심 같은 아름다운 스토리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가 지루해지고 나아가 매번 같은 것으로 싸우고 '어휴 또 저래.' 하며 대화 단절과 같은 슬픈 스토리가 될 수도 있다.

익숙함은 뉴욕 주립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아서 아론님이 감사하게도 만들어 주신 36가지 질문을 하며 서로의 약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극복할 수도 있지만 가변성을 찾는 것도 있다. '익숙해서 지루해지는 것을 막는다.'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서로 헤어지는 날까지 집중하고 몰입한다.'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독서모임 씽큐 온 6기 도서였던 <초집중>을 읽고 배운 것 중 하나가 인간이 집중하고 몰입하는데 '가변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초집중>. 19% ebook. 쉬운 예로 매일 잔디를 깎아야 하는 사람이 단순히 잔디를 깎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시합을 하거나 매일 새로운 패턴으로 잔디를 깎는 등 잔디를 깎는 단조로운 일이지만 새로움을 더해 잔디 깎는 일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가변성을 찾을 수 있을까? 결혼 초반에는 굳이 찾으려고 안 해도 재미있다. '우표가 어디 있지?' 하는 남편의 말이 초등학교 2학년 소풍에서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들릴 것이다. '으이구. 선반 위, 펜 옆에 있잖아요.^^'라는 대답이 웃으면서 절로 나온다. 우리는 어떨까? 아내는 결혼 후 초반에 그렇게 가위를 찾았다. (우리 집 가위는 참고로 우리가 함께 산 뒤로 단 한 번도 내 책상 연필꽂이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처음에는 기꺼이 찾아주고 심지어 가져다주었다.이러한 노력이 대단해 보이는가? 하지만 현실은 나 역시 아내에게 나도 모르게 똑같은 것을 자주 묻는 것을 알게 되면서 보험을 든 것이다. 그녀는 가위의 위치를 모를지언정 내가 한 다양한 답변은 기억한다. 따라서 그녀 역시 나에게 화를 내기보다는 더 재미있는 유머로 대답할 것을 찾는다.

최근에 가변성을 더욱 확실하게 느꼈다. 2년 전에 내가 독서를 시작했고, 2달 전에 <대통령이 사라졌다>를 시작으로 아내가 독서를 시작했다. 씽큐 온 추천도서와 IT, 자기 계발, 사업에 관한 책을 읽는 나와 달리 아내는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장수의 역설>을 시작으로 장내 미생물과 육아, 심리학 등에 심취되어 있다. 그러니 우리의 대화가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주제로 진행된다. 그렇다. 독서는 가변성의 끝판왕이다. 독서를 통해 정말 다양한 주제로 계속 이야기한다. 서로 다른 책을 읽고 정보를 공유하고, 같은 책을 읽고 어설프지만 토론하고 하니 익숙해질 시간이 없다. 정말 재미있고 유익하게 살고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서사로 자란 두 성인이 함께 하는 것이 결혼 생활이다. 서사 속에서 가변성을 찾아보자. 미혼자에게는 본인은 물론 배우자가 얼마나 가변성을 잘 찾는지가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또 다른 기준이 될 수 있고, 기혼자에게는 다시 신혼의 느낌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Unsplash John Barkiple

 

I'm so sorry but I love you

<결혼학개론>에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나왔다. 분명 챕터 1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표를 찾는 남편이 '나를 개인 비서로 여긴다.', '남편은 집안일을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저자가 불만을 이야기한다. 이런 사소한 단점에 화가 나는 것을 익숙함이라고 했는데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챕터 3에서 보면 저자는 돈에 있어서 잦은 실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편은 웃고 넘어갔지만 실제로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오해하지 말자. 지금 남편은 우표를 찾아달라 했지만 아내는 돈을 날렸으니 아내가 더 잘못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 역시 결혼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또 다른 핵심은 서로 본의 아니게 의도와 상관없이, 작던 크던 상대방의 기분을 안 좋게 할 수 있다. 그러니 매 순간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언젠가 나도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할 수 있으니 덕과 선을 미리 적립한다는 생각으로 대응하면서 살면 어떨까? 말이라도 재미있게 하는 것은 어떨까?

우표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미안하지만 당신을 사랑해. 7만 달러를 날렸지만 당신을 사랑해. 

부부 문제 전문가인 스콧 스탠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혼생활에는 '우리'도 있지만, '나'와 '너'도 있죠. '우리'가 있기 위해 '나'라는 사람이 사라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혼학개론> 64/146 ebook

하지만 저자는 관계 중심적 사고를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한다.

'팀을 위한 희생'이라는 말도 여기서 생겨난다. 가령 야구 선수는 희생 플라이를 치고,... (중략)... 중요한 것은 팀이다.... (중략)... 우리는 남편이나 아내를 위해, 혹은 나 자신을 위해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를 위해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결혼학개론> 25/146 ebook

'어떻게 하면 결혼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소위 전문가들도 워낙 다양한 인간의 성격과, 환경과, 기타 등등으로 인해 우리가 원하고 있고, 이해하고 따라 하기 쉬운 해답을 한 문장으로 명쾌하게 내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익숙함을 극복할 때는 팀으로,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할 때는 또 각자로 전략을 세워야 할 수도 있다. 육아는 육아 휴직 같은 사회적 제도도 고려할 수 있고, 섹스나 갈등은 대화와 전문 상담 등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부부가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접하는 정말 다양한 상황에 맞는 해답을 찾는 노력의 결과가 올바른 결혼생활이 아니라 서로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올바른 결혼 생활인 것 같다. 그 과정에 다툼도 있을 수 있고, 심지어 외도도 있을 수 있다. 

어떻게 살고 싶다는 결혼생활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결혼생활이 재미있는 이유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뭐가 행복인지도 잘 모르면서 그 행복에 다가가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가 날 행복하게 하고 있다. 미혼자라면 하지도 않은 결혼생활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보다 배우자와 나눌 서사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그 무언가를 하면 된다. 기혼자라면 단골 커피점 적립카드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보너스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쌓듯이 상대의 잘못에 너그러워지고, 행복한 결혼생활이라는 결과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자.


결혼은 마치 정답이 없는 오픈북 시험과 같다. 다양한 방법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나의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 맥락적 사고가 필수이다. <결혼학개론>이 "행복한 결혼생활로 안내하는 과학적인 해답"으로 나왔다면 신뢰가 전혀 안 갔을 텐데 "가이드"라 했기에 신나게 읽었다. 이 글을 읽는 이들도 나의 이야기가 정답이라는 느낌보다는 가이드의 느낌으로 읽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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