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1권 퀀텀 독서법>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유레카'라고 했다. 세상에 읽어야 할 책, 읽고 싶은 책이 정말 많은데 독서를 위해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돈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빨리 읽을 수 있다면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욕심이었다. 이유는 후술 하겠다. 이렇게 욕심을 내고 1시간이 지났고, 책이 어렵지 않아 쉽게 읽었던 탓에 제목처럼 1시간에 1권을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삼성전자를 다니다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관두고 나와 3년 동안 1만 권의 책을 읽고 인생이 달라졌다고 한다. 하루에 10권 정도씩 3년 동안 매일 읽어야 가능한 1만 권을 어떻게 읽었을까? 그가 개발한 '퀀텀 독서법' 때문이라고 한다. 퀀텀 독서법은 기존의 속독과 다른 개념으로 입체적이고, 통합적인 병렬적 사고로 독서를 하는 방식으로 한 글자씩 순차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한 줄을 통으로 보는 독서이다.
좋은 책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머리말과 목차를 보라는 말을 듣고 바로 실행에 옮겼는데 머리말에서부터 나와 다른 점을 발견했다. 독서 천재를 '제대로, 많이, 깊게 읽는 독서의 고수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독서 천재와는 달랐다. '읽은 내용을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삶에 적용할 줄 아는 독서가'가 독서 천재라고 생각한다.
'눈으로만 읽었다. 독서 방법/속도/의도가 잘 못 되었다. 전체를 먼저 보고 부분을 보는 바른 순서로 읽지 않았다.' 독서를 해도 남는 것이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는데 이것도 나와 의견이 다르다. 독서라는 Input에 비해 아무런 Output을 하지 않는다면 100권 1000권을 읽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독서를 하는 많은 이유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바로 내용의 체득이다.
'독자들에게 드리는 부탁'에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있었다. 퀀텀 독서법을 꿈꾸지 않았으면 하는 독자를 적어두었는데 내용 중에 '이 책은 논문이나 학술서가 아니다. 자신의 독서 지식과 경험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지 않는 편이 좋겠다.'라고 한다. 책의 뒷부분에도 이와 유사한 말이 나온다. 이 책에 나온 방법은 수강생의 독서력을 퀀텀 점프시킨 퀀텀 독서법을 소개하는 실용서(실습용 교재)이니 이론적인 추가 설명은 다른 학자들의 이론서를 찾아보라고 한다. 정말 책 뒤에 레퍼런스가 하나도 없다. 대신 강의 후기가 있을 뿐이다. 퀀텀 독서법을 저자가 1만 권의 책을 읽으면서 개발한 에피소드, 독서법의 근거, 방법 등을 설명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얼핏 보면 수강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1시간에 1권 퀀텀독서법> 초반에는 독서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중간중간에 아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속독의 기본 원칙은 독서의 기본인 "나"에서 시작된다. 나의 배경지식 수준과 학습 능력에 따라 독서의 속도가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이야기한 퀀텀 독서법을 직접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방법이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독서에 도움이 되었고, 퀀텀 점프를 경험한 사람들이 있으며, 실제로 저자의 비싼 강의를 듣고 만족하는 수강생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해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만권의 독서를 한 저자에 비해 비루한 독서 초보자인 내가 생각할 때는 독서는 빨리 읽는 것보다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읽을 책이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 책을 모두 다 읽을 필요는 없다. 새로 나온 책이 옛 책 10권을 커버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독서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책에 담겨 있는 지식과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런 독서를 하면 절대 의식이나 사고력이 향상되지 못하고, 세상을 다르게 내다볼 수 없다. 지식과 정보를 넘어 새로운 사고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독서의 힘이다. <1시간에 1권 퀀텀독서법> 16%
나의 문해력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는데 받아들이기 조금 힘들었던 부분을 발췌했다. 제대로 된 독서는 그 책에 담긴 지식과 정보를 체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행위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없다? 지식의 연결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쉽게도 없다. 책이 전반적으로 이렇게 흘러간다. 같은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반복되고 있으며 어느 책에서 이러더라 정도의 인용만 보여주고 있다. 우뇌, 좌뇌를 언급하면서 뇌과학적으로 만든 독서법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에 대한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초반에 마치 '딴지 걸려면 읽지 마.'식의 경고문(?)이 그의 전문성을 오히려 깎아 먹는 게 아닌가 싶다.
아쉽지만 이 책은 나와 맞지 않았다. 머리말에서 눈치챘으나 끝까지 읽었던 이유는 저자의 말 중에 동의할 수 있는 말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보고 싶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을 서평으로 남기는 이유 역시 나의 1시간 + 서평을 쓰는 시간에 최소한 무언가라도 얻기 위함이었다. 이제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배웠다.
저자가 경계하는 독서법인 느리게 읽는 만독 역시 매력적인 독서법이다. 여러 번 봐야 겨우 이해하는 책을 퀀텀 독서법으로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지 않나 싶다. 독서법에 대해서는 고영성 작가의 <어떻게 읽을 것인가>만 읽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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