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같이'님의 <쓰기의 말들> 책 후기를 보고 고른 책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차분하고, 조용한 스타일의 글이었다. 초반에는 약간 느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적응하기 힘들었다. 지금까지 읽은 책은 시작부터 강하게 나를 몰아치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책 자체가 어렵게 쓰인 게 아니라 글쓰기를 독려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책이라 그런지 글쓰기 팁 같은 것도 많고, 저자인 은유 작가의 에피소드도 상당 부분 나오면서 흥미를 가지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완벽한 글쓰기
글쓰기를 하고는 있지만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은 '글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말로는 몇번을 다시 말하고, 취소하고 다시 말할 수도 있고, 중간에 추가할 수도 있지만 글은 말보다 완성품을 딱~ 하고 내놔야 하기에 단어 선택도 조심스럽고, 퇴고 작업도 상당하고, 글의 기승전결과 같은 구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것이 부담스러워 글쓰기를 시작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글을 다 쓰고 나면 만족스럽지 않다. 뭔가 만족스러운 작품을 완성시켜서 공개해야 할 것 같은데, 글을 완성시키기는 정말 어렵다.
"생각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중지하는 것이다.
글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이 필요하다."
<쓰기의 말들> ebook 83%
<쓰기의 말들>에 나온 이야기 중에 가장 와 닿는 말이었다. 완벽한 글쓰기는 없다. 세계적인 작가도 본인이 쓴 글이 100%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수십번 읽었지만 다시 또 읽으면 '이렇게 쓸 걸.' 하는 아쉬움은 그들에게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것도 그렇고, 쓰는 것도 그렇고,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독서와 글쓰기를 오히려 나와 멀리 만드는 것 같다.
앞으로 서평이든. 유튜브평이든 모든 포스팅은 시간을 정해두고 쓸 생각이다.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소스와 글의 구조 등 글쓰기 재료는 따로 시간을 정해두고 하는 것보다 평소 짬짬이 하기로 했다. 글을 쓰려고 딱 앉으면 타이머를 맞춰두고 써 볼 생각이다. 빡독x하노버 모임에서 앱을 만드는 Duedate을 정해줬는데 효과가 상당했다. (캘리님 감사합니다^^) 일단 공부 포스팅이 아닌 한 글당 2시간으로 시작해 볼 생각이다. 1시간에 글을 하나씩 쓸 수 있는 것이 내 스케줄상 가장 이상적인데 가능할까? 아마존에서 구글 타이머를 구매해야 하나??ㅎㅎ
책임감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비밀 일기가 아니다. 일 평균 방문자가 약 100명이라면 세상에서 100명은 나의 글을 읽는다는 말이니 기본적으로 글의 성격은 '공개적'이다. 따라서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데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 솔직함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하지 않으면 내가 쓴 글들의 방향이 뒤죽박죽이 될 것이다. 여기서는 하지 말랬다가, 저기서는 하랬다가 글 자체로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블로그 단위로 보면 생각의 일관성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세상에 내 생각과 의견을 제출하는 일이다.
자기의 최대치, 생각의 근사치를 표현하려 노력한다.
남이 보니까.
그것은 자기 생각을 검증하는 기회가 된다.
(중략)
자기 글에 대한 책임을 배우는 것이다."
<쓰기의 말들> ebook 91%
<쓰기의 말들>을 통해서 솔직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책임감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솔직하지 않으면 어떤가. 포스팅에 일관성이 없으면 어떤가. 생각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잘못 생각했었을 수도 있고, 심지어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다만 그 포스팅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이것이 글쓰기 자세 1번 일 수 도 있다.
누군가에게 검증을 받는다고 하면 두려움이 앞섰다. 남의 비판이 무서웠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것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그렇게 30여 년을 살았던 것 같다. <베스트 셀프> 같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기 계발서들을 통해서 나의 문제점 중 하나가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많이 의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를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글쓰기가 그 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글에 대한 책임감이 결국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으로 확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아이디어
빡독x하노버앱이 현재 스토어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규정 위배 사항이 없다면 최대 3주 안에 출시가 될 텐데, 출시가 되면 다른 것들 보다도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가 기대된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쓰기의 말들>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빡독x 규정상 하나의 책을 정해서 읽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 권의 책을 정하기보다는 카테고리 정도 정해서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그 책에서 가장 생각나는 문구 하나씩을 가지고 서로의 생각을 짧게 적어 보는 것이다. 책의 구성은 <쓰기의 말들>처럼 한쪽 면에는 문구들과 출처가, 다른 한 쪽면에는 각자의 생각들을 적어 보는 것이다.
<쓰기의 말들>의 목표가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인데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서 읽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한 줄이라도 글을 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 은유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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