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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루지] 자청의 추천도서. 신영준 박사의 비추천도서. 과연 나에게는 어떤 책일까?

서평/2021

by dokssultant 2021. 3.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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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자수성가 청년' 일명 '자청'이라는 유튜버의 영상들이 굉장히 핫했다. 본인은 22살까지 공부도 한 적 없고, 오타쿠, 게임 중독 등 패자로 살았지만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삶에 적용하며,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자수성가했다는 내용이 담긴 영상들은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의 '오목 이론'에 대해 포스팅을 작성했을 정도니 말이다. (옛글을 다시 보니 <클루지>와 <타이탄의 도구>를 읽겠다고 했는데, 늦었지만 <클루지>는 읽었고, <타이탄의 도구>는 자의로 읽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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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의 영상 중에 본인이 읽고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는 책을 추천한 적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클루지>였다. 그의 영상을 보고 나니 <클루지>에 상당한 흥미를 느꼈지만 절판된 지 오래된 책이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신박사tv에 '저라면 이런 책들은 읽지 않겠습니다.'라는 영상이 올라왔고, <클루지>를 비롯하여 자청이 추천한 <정리하는 뇌>, <욕망의 진화>, <지능의 사생활>은 박사님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당시 독서 1년차였던 나는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독서라는 행위만 생각했지 책 자체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었다. 막연하게 책은 다 좋다고 믿었다. 뭐든 읽으면 안 읽는 것보다 낫고, 단 하나라도 나에게 도움이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상당히 소극적이었고, 약자이고, 을의 입장에서 독서를 대했다. 그 뒤로 약 1년이 더 흘렀고, 2년 차에 읽고 쓴 책이 1년 차에 했던 그것보다 정량적으로 훨씬 늘었고, 생각과 행동도 상당히 변했기 때문에 아직도 부족하지만 그때보다는 '독서'에게 큰 소리 칠 수 있게 되었다. 자, 이제 <클루지>를 읽어 볼 차례이다. 왜 자청과 신영준 박사는 같은 책을 두고 다른 평가를 했을까? <클루지>는 좋은 책일까? 아니면 나쁜 책일까?

전반적인 내용

인생에서 의사결정은 상당히 중요하다. 과거에 한 의사결정의 결과가 현재에, 현재에 한 의사결정의 결과가 미래에 나타나기 때문에 인생 자체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더 나은 인생을 위해서는 매순간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게 가능한가? 다이어트를 다짐했지만 어김없이 밤 10시에 치킨을 시키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고 해도 다음날 또 시키지 않은가? <클루지> 저자 개리 마커스는 클루지가 우리의 올바른 의사 결정을 방해한다고 한다.
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하는 말로 효과가 있는 불완전한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다. 더 좋은 쪽으로 완벽하게 진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진화는 적당히 좋은 결과를 얻는 일의 문제이기 때문에 실제로 좋은 것과 좋아보이는 클루지한 것이 있다. 이런 인간의 진화론적인 측면에서도 클루지가 존재했기에 우리의 선택은 특별히 클루지를 경계하거나 역이용하지 않으면 클루지 때문에 정확한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
말이 어려운데, '기억'을 예로 보자. 컴퓨터의 경우 저장한 내용을 어느 나라, 어느 시간에 불러오든 저장한 그대로를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맥락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여러 사람이 같은 상황을 보더라도 각자 가진 맥락에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인 '우선순위'에 의해 다르게 기억한다. 또한 1년, 10년, 20년이 지난 기억은 왜곡된다. 하지만 우선순위로 기억이 되다보니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가장 빨리 불러올 수 있고, 동시에 여러 가지 정보를 불러올 수 있다. 이처럼 완벽한 컴퓨터의 기억에 비해 우리의 기억은 클루지한 것이다. 불완전한 기억력이지만 나름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Photo by Josh Riemer on Unsplash

우리의 사고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빠르고 자동적이며 주로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사고(선조 체계 또는 반사 체계)이고, 다른 하나는 신중하고도 판별력 있게 천천히 진행되는 사고(숙고 체계)이다.
<클루지> p.89

저자는 우리가 참이라고 아는 것을 신념으로 하는지, 아니면 참이길 바라는 것을 신념으로 여기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하지만 확증 편향(주제가 무엇이든 우리의 신념을 위협할 만한 것보다 우리의 신념에 잘 들어맞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 <클루지> p.92)과 동기에 의한 추론(우리가 믿고 싶은 것을 우리가 믿고 싶지 않은 것보다 훨씬 더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 <클루지> p.97) 등으로 우리의 신념은 오염될 수 있기에 클루지하다.
<실험의 힘>에서 본 것 처럼 신념뿐만 아니라 질문의 형태, 프레임 전략, 맥락에 따라 선택은 달라진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나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인 것도 불완전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클루지적인 요소들의 원인은 우리가 숙고 체계보다 반사 체계를 이용하는데 반사 체계는 장기적으로 볼 때 숙고 체계보다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한다.

Photo by Vladislav Babienko on Unsplash

자청과 신박사의 관점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튜버 자청의 책 추천은 나쁘지 않았다. 맥락적으로 그의 유튜브 영상 소스가 되기에도 좋았다. 그의 속내는 모르겠지만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짐작해보면 그의 추천사에서도 밝혔듯이 의사 결정은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하지만 어떻게 의사 결정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 것 같다. 자신이 독서를 시작하고, 운동을 하고, 유튜브와 사업을 하는 일련의 모든 행위는 '실행'이라는 올바른 의사 결정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클루지로 인해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방법론을 설명하는 것 같았다. 그의 자수성가 스토리에 매료되어 자청처럼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간 자청의 변화 시작점을 소개하기에는 좋은 책이다. 만약 아무런 책을 읽지 않은 백지상태에서 이 책을 처음 봤다면 나 역시 많이 놀랐을 것이다. 공감할 내용도 많고, 새롭게 배울 점도 많았을 것이다.
비판 방식과 별개로 신박사의 비추천 역시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동안 읽었던 많은 책들이 떠올랐다. <실험의 힘>, <완벽한 공부법>,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처럼 책 제목이 떠오르는 것도 있었지만 '아~ 이 내용 어디서 봤는데!' 했던 이야기들이 꽤 많이 나온다. 이 말인즉슨 굳이 절판된 책을 웃돈을 들여가면서 구해서 읽을 필요까지는 없을 수 있다는 말이다. 연구분야는 매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마시멜로 실험처럼 그때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릴 수도 있다. 따라서 2021년에 2008년 연구 결과를 찾아 읽는 것은 우리의 시간과 재화를 낭비하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책을 다루는 직업도 비추천을 하는데 영향을 줬을 것 같다. 책 리뷰를 보고 책을 평가하는데 이는 합리적인 근거라고 생각한다. 식당을 고를 때도 리뷰를 보고 별이 5개라도 안 갈 수도 있고, 별이 1라도 갈 수도 있다. 선택은 자유지만 그 선택을 하는데 근거자료가 될 수 있는 식당 평가처럼 책 리뷰 역시 책을 평가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 좋은 책과 덜 좋은 책을 구별하는데 고유의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을텐데, <클루지>를 비추천하는 것은 그들의 알고리즘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으로 보인다.

Photo by Markus Spiske on Unsplash

결론

솔직히 <클루지>가 나쁜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각해 볼 부분도 있고, 의사 결정에 있어서 한번 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방법론도 제시한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배울 것이 전혀 없는 그런 악서는 아니기에 자청의 팬심 또는 호기심 등을 가지고 있거나, 독서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2008년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을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보다 더 최신화되고, 발전된 사항을 담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책 추천은 하는 사람이나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상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빌 게이츠가 추천을 해도 내가 이해를 못하면 끝이다. 그렇다! 독서의 핵심은 책이 아니라 '나'다. 나도 이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누가 추천을 했네, 누가 비추천을 했네. 하는 것에 너무 신경을 쓰기보다는 책을 고르는 선택의 한 기준으로만 보고 스스로 다독하여 독서 메타인지를 발달시키자. 그럼 책을 고르는 안목도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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