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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의 힘] 실험 혁명은 과연 부작용 없이 계속 될까?

서평/2021

by kode_협회장 2021. 3. 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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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의 힘>을 읽는 중간에는, 정확하게는 Chapter 2 '테크 분야에서의 실험'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독일에서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쿠키 또는 개인정보 저장에 관한 창에 대해서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기업들이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서 우리에게 '동의'의 의미로 익숙한 파란색 버튼을 '모든 목적에 동의하는 것'으로 해두고, 마치 하나도 안 중요하듯이 하얀색 버튼은 개인적으로 어떤 목적인지 확인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마저도 막상 들어가면 다시 한번 전체 동의를 유도하는 파란색 버튼과 고른 것만 동의하는 하얀색 버튼이 있다. 전체 거절 버튼이 있는 사이트도 있지만 대부분은 필수사항은 최소한 선택을 해야 한다. 

나름 <실험의 힘>을 읽었다고 철저한 뇌피셜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보통 어떤 버튼을 누르는지 물어봤다. 독일어가 능숙한 독일 친구들도, 독일어가 부족한 친구들도 제대로 보지 않고, 파란색을 누른다고 한다. 간혹 개인 설정으로 들어가는 친구들도 전부 거절한 다음에 파란색을 누룰 때가 꽤 있다고 했다. 20명 조금 안 되는 사람한테 물어본 것이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이미 기업에서는 고객의 개인정보 사용 허가를 받기 위한 버튼의 색깔 실험이 끝나 있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실험의 힘>을 정말 재미있고 유익하고 읽고 있었고, 서평의 방향도 잡았으니, 어떤 실험을 더 찾아볼까? 또는 직접 해볼 수 있는 실험이 있을까? 하면서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실험의 힘>의 마지막 장인 Chapter 3 '공공선을 위한 실험'을 다 읽었을 때 이 책은 약간의 공포감을 주었다.

 

실험의 힘 - 데이터 홍수의 세계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법

 

공공선

<실험의 힘>에 세금, 투표 등 좋은 사례가 많이 나와 있고, 행동과 행동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을 생각하는 <그릿>의 저자 앤젤라 더크워스 교수처럼 밝은 미래도 설명하고 있지만, 최악을 고려해야 하기에 몇 가지만 간단하게 생각해 보고자 한다.

'공공선'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1900년대와 2020년대의 공공선이 다를 텐데, 어느 것이 공공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헌법에 명시된 것은 공공선일까? (모든 법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법조인은 법을 해석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다.) 아니면 다수에게 선한 것이 공공선일까? 그렇다면 소수는 무시되어도 될까? 절대 선이 없는데 어떻게 공공선을 위한 실험이 존재할 수 있을까? 결국 누군가에는 선이지만 누군가에는 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정부의 정책 방향을 위해서 카톡을 이용해서 실험을 했는데, 차상위 계층은 스마트폰이 없어서 아무도 실험의 대상자가 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상위 계층의 이야기만 듣고 정책을 결정했다면 공공선일까?

 

United Nations COVID-19 Response

 

기업의 실험

<실험의 힘>에서도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실험에 있어서 걱정을 하고 있다. 나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공공선'과 같은 그럴싸한 명분으로 어떤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기업의 실험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알아차린다고 해서 대응할 수 있을까? '당연히 선하게 이용하겠지'라고 하는 것보다는 시스템적으로 기업도 바람직하게 실험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이 의사결정도 실험이 선행되어 찾을 것이고 말이다.

지금까지 행해진 실험들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행동과학 통찰을 활용하는 공공 분야와 민간 분야에서 주로 생겨났다고 한다. 디지털화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수많은 데이터 확보, 데이터의 무작위 추출의 간소화 및 비용 절감, 행동과학 연구 결과의 증가 등이 실험 혁명을 촉발했다고 보고 있다. 초반이라 많은 실험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실험을 통해 의사결정에서 비용을 아끼고 회사의 이윤이 올라간다면 추출된 우리의 데이터가 우리가 허락한 이외의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 기존의 제3자가 아닌 다른 이익집단들에게 팔리는 가능성들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아예 회원제로 자신의 데이터 사용을 허락했다면 이를 기업에서 사고파는 경우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어떨까? 예컨대 나의 온라인 상점 구매 내역, 구매 패턴 등을 다른 기업에게 제공하고자 한다면 이를 소비자에게 추가적으로 공지하고, 1회 제공당 1만 원 상품권을 제공하는 식의 보상이 존재한다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진정한 넛지이지 않을까? 

넛지란? 단어 자체는 팔꿈치로 쿡쿡 찌르는 것을 의미하지만,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개인에게 있는 것을 의미한다. 

 

Photo by NeONBRAND on Unsplash

 

우리는 더욱 공부해야 한다.

실험을 통해 우리의 행동이 설계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 말은 우리의 소비, 생각, 판단 등 고유한 우리의 것들이 정부, 언론, 기업, 교육, 종교, 가족, 이념 등의 영향으로 우리의 의지와 달리 그들이 원하는 행동 혹은 삶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 99%가 회사에 만족한다는데 불만족하는 내가 무슨 말을 하겠나? 이처럼 은근히 열정을 강요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의 목소리가 그들의 생각에 비추어 공공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의사 결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실험을 행하는 주체들이 실험의 가치를 온전하게 지키면서 우리들의 자유 의지까지 고려하면서 선의로만 사용하면 좋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마치 이 지역 90%가 세금을 완납했으니 나도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처럼 우리 상품을 사용하도록 유도될 수 있다.

실험 혁명이 앞으로도 가속화 되고 더욱 광범위해질 텐데 우리의 행동을 그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먼저 인지하기 위해서는 학습하는 방법밖에 없다. 끊임없이 읽고, 쓰고, 사고하고, 나누고,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온전한 의지가 실험에 참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의미 있고 양질의 실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동시에 실험의 주체자들에게도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넛지만으로 우리를 그들의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려고 하지 말라고 말이다.


실험이 꼭 정부, 기관, 기업, 학문 등에만 적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 내 삶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서 반드시 실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8년 10월 이유는 모르지만 갑자기 고영성 작가와 신영준 박사의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를 시작으로 독서 실험을 시작했다. 도대체 독서가 뭐길래 그렇게 자꾸 하라고 하는지. (물론 신영준 박사의 방식은 넛지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뼈를 후드려 때렸다.) 그렇게 시작한 독서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독서 실험은 성공적이다.

코로나로 헬스 또는 축구로만 스트레스를 풀던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전부 막혔다.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법을 위해서 홈트, 영화 보기, 애니 보기, 실패 했지만 밤새 게임해보기, 보드 게임하기, 술 마시기 등 여러 가지 유흥 실험을 해보니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다른 그 무엇보다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았다. 30분 달리기. 지금까지 러닝 실험은 성공적이다.

빡독x하노버를 운영하는데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커뮤니티로 성장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출석부도 만들어 봤고, 동기부여를 해보고 있고, 아예 독서모임을 운영할 수 있는 앱도 제작해 보았다. 빡독x하노버를 위한 인스타도 만들어 볼 생각이고 다양하게 실험을 하고자 한다. 실험하는 과정이 즐겁다. 결과는 아직 모른다.

이렇게 실험은 인지를 했든 안 했든 암암리에 했을 수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데일리 리포트와 같은 기록 실험, 서평 같은 글쓰기 실험, 새벽형 또는 올빼미형 등 변화를 위한 실험을 꾸준히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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