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에서 이야기하는 장내 세균에 대해서는 예전에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이나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등에서 읽었었던 내용이라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게 읽었다. 이 책들을 통해서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고, 우유는 다른 것으로 대체했고, 자주 먹었던 과자와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의 섭취량을 확 줄였다. 100% 끊지 못한 것은 비밀. 게다가 글루텐 free 제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왕에 먹는 과자나 아이스크림도 글루텐 프리로 고른다. 정제된 설탕이 나쁘다고 해서 정제되지 않은 설탕으로 바꾸는 등 나름 책에 나온 내용을 현실로 조금씩 옮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장내 세균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를 먹고 있지 않은 것은 함정.
이 책은 유전자, 후성유전, 미생물, 무의식의 성격과 신념, 말하고 행동하는 일체를 다룬다. 뭔가 막 유전자, 미생물 하니깐 생물학에 관련된 것 같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고, 자신이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가 아닌 것 같아서 선뜻 이 책을 읽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다른 장점을 설명해 볼까 한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을 읽다 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박장대소까지는 아니지만 혼자 배시시 웃을 정도로 작가의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다. 지루하지 않게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으니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한다면 과연 당신은 설레는 마음으로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을 읽을 것인가?
아직도 뭔가 찜찜하다. 이 설명만으로는 아직도 이 책이 당신으로부터 선택받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때는 Y2K 걱정에도 불구하고 1900년대에서 2000년대로 무사히 넘어간 그 어느날 이야기이다. 에어컨이 없던 우리 집은 운이 좋게도 선풍기가 2대나 있었다. 한대는 안방. 또 다른 한대는 거실. 당시에는 밀폐된 곳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질식사한다는 무서운 루머가 돌았기 때문에 그 무덥고 습한 여름에도 선풍기 타이머 1시간 맞추고 잤다. 그런데 그 여름날에도 선풍기 바람을 직접적으로 계속 맞게 되면 너무 온도가 떨어져서 숙면을 방해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나는 선풍기를 미풍으로 하고 얇은 이불로 배부터 하체를 살포시 덮었다. 그렇게 본능적으로 나는 바람을 간접적으로 맞고 싶었고, 여름에도 얇은 이불로 온도 조절을 하며 지금까지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4년 결혼하기 전에 아버지와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함께 한방에서 잤는데 그때 아버지의 한 마디.
"야, 너두?"
그렇다. 선풍기 앞에서 보인 행동은 부자가 똑같았다. 나중에 안 것인데 3살 차이 나는 동생도 똑같다. 아무도 그렇게 하라고 교육을 시킨 적이 없는데 우리 집 남자들은 전부 그렇게 여름을 똑같은 방식으로 보내고 있었다. 왜 그럴까? 이 답이 이 책에 있다.
교육받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어허... 의심이 많은 고객을 만난 것 같다.
대학교 때 같이 놀던 무리 중에 인기가 많은 여학생이 있었다. 물론 그 여학생을 대하는 많은 남자들의 행동은 제각각이다. 누구는 말은 커녕 눈도 못 보고, 누구는 차여도 매일같이 사귀자고 쫓아다니고, 또 누구는 그녀 앞에서는 괜히 관심 없는 척, 쿨 한 척하면서 우리들 앞에서는 자기 카톡을 읽은 것을 자랑한다. 왜 이렇게 다양한 행동방식을 가지고 있을까? 정답은 이 책에 나와 있지만 내가 말하려고 하는 에피소드는 이게 아니다.
그 여학생이 술자리에 온다고 하면 테이블을 인원수보다 최소 1개는 더 예약해야 했다. 맨날 우연을 가장한 무리들이 합석하기 때문이다. (아마 이것 또한 다양한 행동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녀의 치명적인 매력 중에 하나는 강렬한 경상도 사투리이다. 술도 센 이 여학우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여자고 남자고 할 것 없이 대충 80% 이상은 갑자기 다 경상도 출신이 된다. 너도 나도 "행님아", "오빠야" 거린다. 왜 이럴까? 왜 인기가 많은 그녀와 동일시 되는 것일까? 책에 나온 표현으로는 '경험 취하기'라고 하는데 사람마다 다른 영향을 미치는 까닭에 나머지 20%는 자신의 고향을 묵묵히 지켰다.
이제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을 읽어 볼 생각이 좀 들었는가? 사실 이 이야기는 내 아내에게 한 말들이다. 앞 서 언급한 것처럼 장내 세균이 어떻고, 프로바이오틱스를 아마존에서 검색을 하니 마니 이야기했을 때는 이 책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외국인이 쓴 책인데 유머 코드가 우리랑 맞는 것 같다고 했을 때도 번역가님이 센스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했다. 하지만 위 두 이야기를 들려주니 바로 이 책을 읽어 보고 싶다고 했다. 뿌듯하기도 했고, 뭔가 내 안에 있는 장내 세균들이 활발하게 긍정의 에너지를 뇌로 보내는 것 같았다.
책을 소개하는 방식에 살짝 변화를 주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아내의 성격이나 행동방식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이 실험이 통했던 것 같다.
우리 행동의 밑바탕에 깔린 진리를 아는 것이 그에 대해 무언가 조치를 취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ebook s.295
저자인 빌 설리번 형님도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이런 것 아닐까? 행동의 변화를 꿈꾸는 우리가 그 행동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유전자를 비롯한 신비로운 방식들을 외우지는 못하더라도 인지를 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위한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독서에 큰 관심이 없던 아내가 독서를 시작했는데 어떻게 하면 유지도 하고, 한 글자라도 더 읽게 할까?'가 요즘 고민 중 하나이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은 해결방안으로 아내를 좀 더 깊게, 밑바닥부터 이해하라는 조언을 해 준 것 같다. 또 무언가를 변화시키던지, 무언가가 변화하던지 간에 변화 그 자체는 결과적으로 상당한 일임을 알게 해 주었다. 다만, 그 변화를 이루기 위한 과정의 시작은 의외로 장내 미생물처럼 아주 작은 것부터 에피소드로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처럼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자, 이제 당신은 이 책을 읽어 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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