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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지식] IT 업무의 대부분은 협업이다. feat. 커뮤니케이션과 지식의 저주

서평/2021

by kode_협회장 2021. 1. 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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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980년대에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닌 경우에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 봤을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 장래희망과 부모님이 원하는 장래희망을 1위부터 3위까지 적어서 내시오.

지금 생각하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데, 당시에는 '뭐라고 적어야 선생님과 부모님의 기대에 부흥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의 꿈을 정해서 달릴 수 있는 아이가 몇 명이나 될까. 당장에 있는 말하기 듣기 시험도 어려운데 말이다.

아무튼 부모님의 세뇌(?) 교육 때문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나의 장래희망은 변호사였다. 어릴 적부터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을 돕는 것도 좋아하고, 특히 말싸움에서 크게 불리하거나 지는 경우가 없으니 부모님께서는 변호사가 적성에 맞을 것이라고 했고, 그다음부터 그냥 변호사라고 했다. 이게 영향이 있었는지 뭔지 모르겠는데 결국 법대에 진학을 했다.

 

@pixabay Sang Hyun Cho

 

그러나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독일에서 살게 되었고, 법대 타이틀로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Informatik으로 정보를 다루는 기계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우리로 치면 컴퓨터 공학에 해당하는 학과이다. 독일에 Informatiker(Informatik을 전공한 사람)가 부족하다는 신문 기사만 보고 시작했는데 하면서 느낀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한국말로 대학을 다니는 것도 어려운데 독일어로 전혀 모르는 분야, 심지어 관심이 단 1도 없는 분야를 배우는 것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커뮤니케이션에서 항상 어려움을 느꼈다. 독일어 문제가 아니라 IT를 전혀 모르는 사람과 하는 대화도 어렵지만 IT를 공부한 사람끼리의 대화도 어려웠다.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 프롤로그를 보면 비전공자는 IT 지식 공부를 할 때 기준이 다른 것보다 커뮤니케이션이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100% 아니 10000% 공감한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 보겠다.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

영화에서 해커들이나 컴퓨터 잘하는 은둔 고수와 같은 사람들이 묘사되는 것을 보면 하나같이 패션 감각 없이 청소되지 않은 골방에 모니터 여러 대 두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한지 오래되었다며 레드불 같은 에너지 드링크 마시면서 타자를 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 이게 Informatiker의 모습일까?

현재 나름 주에서 큰 보험회사 IT 부서를 다니는 중인데 일할 때 보면 단 한순간도 혼자 일하는 경우가 없다. IT 관련 업무만 놓고 봐도 계속 다른 부서나 팀원들과 회의하고 진행사항을 보고한다. 업무의 범위를 조금 넓혀서 보험회사 전체로 생각하면 보험 쪽 사람들, 당연히 IT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과도 회의가 자주 있다. 

건물 내에 있는 IT 서비스 센터에 있는 친구 말에 의하면 연결 안 한 프린터기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할 만큼 그들은 IT에 익숙하지 않고, 관심도 없어 보인다. 독일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즉, 성공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IT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IT를 아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pixabay Joseph Mucira

 

IT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기

나 역시 컴퓨터라고는 중학교 때 딴 워드 자격증과 파워 포인트 같은 대학생이라면 하는 기본 프로그램 정도만 할 줄 알았다. 나머지는 전부 독일에서 배운 것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있었던 사례를 소개한다. 다른 상황은 기억이 나질 않는데 우리 팀 사람들과 우리 보험회사 어떤 부서와 미팅이 있었다. 그때 미팅 시간이 30분으로 빨리 이야기했어야 하는데 컴파일러 설명하다가 정작 해야 할 내용 제대로 못하고 시간 다 보냈다. 그때 사수가 했던 말이 "문과생들이랑 말이 안 통한다!"였다. 만약 그때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을 읽었다면 사람의 언어와 컴퓨터 언어의 통번역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긴가민가했다.)

물론 우리 팀 사람들은 경력도 상당한 IT 고수들이지만 그들은 단지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여기서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이 도움이 된 부분은 IT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쉽게 설명할까에 대한 전문가들이 가질 법한 수고를 덜어 주었다.

 

@pixabay Gerd Altmann

 

IT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기

문과생으로 이 Informatik을 공부하는데 어려웠던 점은 공부하면서 만나는 개념에 대해 100%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인터넷을 하루 종일 뒤지면 개념 하나 정도 완벽하게 이해했다. 공부효율이 너무 떨어졌다. 단순히 독일어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국말로 공부를 해도 어려웠다. 정말 문과 머리와 이과 머리가 있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특히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에서 읽은 API와 JSON은 구세주 같았다. API 문서도 이제 확실히 이해했다. 

공부하면서 어떤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팀원(학업도 대부분 팀 프로젝트이다.)들이 json 파일을 그렇게들 찾았다. 당시에 Test를 내가 담당했는데 json 파일을 많이 만드는 임무였다. 다른 팀원에게 json이 뭔지 물었지만 그들은 그냥 테스트할 때 필요한 파일이라고만 했다. 나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 더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왜 그때 json 파일이 많이 필요했는지 알게 되었다.

API는 학교에서 앱을 만들 때도 그렇고 지금 있는 데이터베이스 부서에서 자주 언급된다. 그들이 설명하는 API는 그냥 뭐 라이브러리 같은 개념이라고 했다. 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라이브러리 같은 것이면 왜 라이브러리와 다르게 부르는지 물었고, 대답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이해하지는 못했다. API 잔뜩 가져다가 쓰면 금방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냥 아니라고만 했다. 전체적으로 상황이 마치 내가 그들만의 비밀 이야기를 캐내려는 사람처럼 질문하고 에둘러 대답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배경지식이 없던, 나처럼 어설프게 있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아마 다른 IT를 전공한 사람들은 나의 행동을 이상하게 볼 수도 있다. 왜 몰라? 공부했다며? 제대로 안 했네? 이럴 수도 있다. 맞다. 제대로 안 했을 수도 있고, 내가 멍청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독일어라는 좋은 핑계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도 알 것이라고 전제하고 말하는 "지식의 저주"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다는 경험을 말하고 싶었다. 여담이지만 머리로는 생각이 되고 말로는 설명을 하겠는데 이것을 글로 옮기려고 하니 잘 안된다. 독서와 서평을 꾸준히 써야 하는 이유이다. 

지식의 저주를 해결할 방법은 말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이 모를 수 있다는 배려(따라서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준으로 설명해야 하는 것) 또는 지식이 없는 사람이 지식을 늘리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는 후자를 돕는다.

저자이신 최원영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IT 업무의 기본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지식의 저주에서 빠져나온 전공자와 지식이 향상된 비전공자가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이 책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이 좋은 시작일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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