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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의 모든 것] 머리만 대면 잠드는 것이 장점인 줄 알았어요. feat. 수면에 대한 오해

서평/2021

by kode_협회장 2021. 1.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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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부터 얼마 전까지 "잠"에 있어서는 확고한 생각이 있었다.

"죽어서 평생 잘 것이니 지금 자면 안 된다. 하고 싶은 것 다 하려면 깨어 있어야 한다."

복학하고 졸업할 때까지 4시간. 정말 많아야 6시간 잤다. 단 한 번도 수업 빼먹지 않고, 복습하고, 토익 준비하고, 축구하고, 헬스도 하며 연애도 했고, 동아리를 만들어서 운영도 했다. 심지어 축구팀은 3개 정도 있었다. 술자리가 있던 날에도 마치면 바로 도서관으로 갔다. 하루에 7시간 넘게 자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면서 살았다.

그렇게 졸업을 했고, 인턴으로 회사다니면서 시험 준비를 했고, 헬스는 3시간씩 시간 내면서 했다. 남들이 시간이 있냐고 하는 데 있다. 하루에 4시간씩 자면 말이다. 워라벨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잠을 줄이는 것에도 불만이 없었다. 다행히 체력도 괜찮았다.

그렇게 20대가 끝나고 30대가 되었다. 예전보다 잠은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6시간 이내로만 잤다. 독일에서 축구와 헬스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설정되면서 체력이 좋아졌는지 30대 초반에도 적게 자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그렇게 적게 자는 것이 장점인 줄 알았고, 나는 잠이 없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면서 아내에게 정말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오빠는 잠이 없는게 아니라, 안 자려고 노력한다."

그녀의 말에는 근거가 분명했다. 잠이 없다면 누워서도 안자야 하는데 눕기만 하면 바로 잠을 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잠이 없는 게 아니라 안 자려고 안 눕고 책상에 계속 앉아 이것저것 한다는 것이다. 음... 맞는 말이다. 생각해 보니 일부러 안 자려고 안 누웠다. 잠을 자는 환경 설정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무 곳에서나 잘 자고, 누우면 바로 잠들 곤 했는데 이 또한 장점인 줄 알았다.

 

@pixabay Cdd20

 

2020년부터 2021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코로나가 전세계를 힘들게 할 때, 나는 수면과 싸우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부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독서하고, 운동하고, 자기 계발하면서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면서 살았다. 왠지 너무 늦게 시작한 것 같은 조급함에 다시 예전처럼 4시간씩 자면서 살았다. 대략적인 하루 일과가 다음과 같았다.

  축구 없는 날   축구 있는 날
5:40 - 7:00 기상 및 헬스장 도착 05:40 - 6:30 기상 및 회사출근
9:00 - 17:30 회사 생활 15:30 - 17:00 퇴근해서 딸 하원 후 육아
18:00 - 22:00 육아 및 집안일 17:00 - 20:00 축구, 이동시간 포함
22:00 - 01:00 독서 및 자기계발 20:00 - 22:00 육아 및 집안일
01:00 - 01:30 취침준비 및 취침 22:00 - 01:00 독서 및 자기계발

육아빠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스케줄이지만 대학교 때의 영광(?)을 추억하며 이렇게 살았다. 혹자는 헬스랑 축구만 안 해도....라고 이야기하는데, 나에게 운동은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수단이다. 밥을 먹는 것보다 운동하는 것을 더 좋아할 정도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삶의 구성 요소이다. 위 일정은 다행히 아내와 상의한 결과물이고, 집안일이며 육아 분담도 잘했다. 그녀가 이해해 주고 많이 도와주면서 이 생활이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졌고, 모든 스포츠 활동은 금지 되었다. 중간에 잠깐 완화되어 풀린 적이 있지만 다시금 락다운이 걸렸고, 이내 내 삶에 있어서 홈트를 제외한 모든 운동이 강제로 종료되었다. 딸아이 어린이집도 문을 닫으면서 100% 아이를 케어해야 했으며, 회사 업무 및 내 할 일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심지어 2020년 11월까지는 학업도 했다.) 1달, 2달 시간이 가면서 4시간 수면을 버텨왔던 나의 체력은 운동 부족 때문인지 점점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체력이 떨어지니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고, 운동을 못하니 스트레스를 풀길이 없었다. 자기 계발은 시작할 때 보다 발전 속도가 더뎠고, 해야 할 일은 계속 쌓이고 있다. 시간이 없다. 잠을 더 줄여야 했다. 이렇게 악순환에 들어 갔다.

악순환에 빠져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수은 PD님의 글을 읽게 되었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야 한다'는 내용인데 갑자기 수면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짧게 자면서 숙면을 취할 수 있을까? 수면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데 어떻게 하는 것일까? 그렇게 <숙면의 모든 것>은 내 전자책 리더기에 다운로드되었다.

 

스텐퍼드 교수가 가르쳐 주는 숙면의 모든 것

 

내 기대와 다르게 <숙면의 모든 것>은 시작부터 나를 질책했다. '어떻게 하면 잠을 안 잘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든 운동하려고 하는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잠을 자는 쪽'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7시간, 8시간 이렇게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스스로에게 맞는 수면 시간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4시간은 아니라고 확실하게 선 긋는다. 

수면은 상당히 양아치적인 기질이 있다. <숙면의 모든 것>에 의하면 40분 수면 부족을 회복하기 위해서 3주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니 말이다. 이는 수면 부족 자체를 경계해야 하는 것으로 축적된 수면 부족은 쉽게 회복되지 않아 수면 부채가 된다.

이상적인 수면을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해야 하고, 양질의 수면을 해야 하며 개운하게 깨어나야 한다고 한다. 다시 이야기 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얼마인지는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시간을 측정해보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Fitbit과 같은 피트니스 용품을 통해서도 100% 정확하지는 않아도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수면의 질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깊은 수면 상태인 비램수면과 얕은 수면 상태인 램수면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이들은 우리가 자는 동안 평균적으로 90분 수면 주기가 있다고 하여 통상 이 것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런 주기들도 사실상 사람마다 달라서 딱 잘라 90분 주기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성장호르몬이 많이 분비가 되는 비램수면, 특히 갓 잠들었을 때의 비램수면이 중요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개운하게 일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면 부채가 없어야 한다. 

수면 부채는 쉽게 말해 사람이 자야 하는 일정한 양의 수면 시간이 있는데 그 양을 채우지 못하면 그 채우지 못한 수면의 양은 부채가 된다는 것이다. 그 부채가 결국 졸음을 유도하고,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며, 스트레스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수면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원인이 된다. 딱 나의 증상이다. 공부를 해도 머리에 안 들어오고, 아이랑 장난감가지고 놀아주다가 갑자기 몽롱해지거나 졸고, 스트레스는 해소가 안된다.

 

돈만 빚을 지는 것이 아니다. @pixabay Rilsonav

 

고로 내가 하고 있는 4시간 자는 것은 원래 자야하는 시간을 7시간이라고 할 때 매일 3시간씩 약 10년을 빚을 진 셈이다.  (만약 8시간이면 4시간씩..... 후덜덜.....) 코로나 시기에 운동을 안 해서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렸을 수도 있다. 이제 10년 넘게 너그러이 수면을 대출해 주던 채권자가 이제 수면을 나에게 독촉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무렵 <숙면의 모든 것>에서 무서운 글귀를 보게 되었다.

30대 후반이 넘었는데도 눈을 감는 순간 잠드는 사람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나는 잠을 잘 자', '어디에서나 머리만 대면 바로 자는 게 나의 장점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는 사실 수면 부채가 지나치게 쌓여서 뇌가 피로한 상태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주의하지 않으면 그 청구서가 언제 날아올지 알 수 없다. <숙면의 모든 것> 19% ebook

정확하게 내가 생각한 그대로를 저자이신 니시노 세이지 박사님이 경고하셨다. 금방 잠이 들고, 그래서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나의 유일무이한 장점인 줄 알았는데 수면 부채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그 청구서가 이제 도착한 느낌이다.


육아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배운 것은 잠을 남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7시간, 90분 수면 주기, 블루라이트 등 신경 쓰면서 자야 한다고 스트레스 주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숙면 환경을 조성하고, 분할 수면이든, 낮잠이든 자신에게 맞는 수면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몇 가지 변화를 줘서 했는데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계속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독일 락다운 기간에 가족과도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내 할 일을 집중력 있게 할 수 있도록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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