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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조슈아 벨 실험은 이해하지 못했으나 마음 챙김은 이해했다.

서평/2021

by kode_협회장 2021. 1. 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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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을 읽으면서 Mindfulness 분야에 대한 것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15분 명상'과 같은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해당 주제를 다루는 논문도 있고, 학문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분야라고 해서 놀랐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정말 많다. 이를 알게 해 준 독서 모임 씽큐온에 감사하다.

씽큐온의 또 다른 장점인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으면서 좋았던 서평 형식이 있었다. 이야기할 목차를 먼저 소개하는 것인데 글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기에 이번 서평에 적용해 보았다.

  1. 좋았던 점
  2. 나는 "마음 챙김"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3. 조슈아 벨 실험 (Joshua Bell experiment)이 이해가지 않는다.

좋았던 점

먼저, "다행이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디테일한 부분은 - 예를 들어 명상을 하거나 의도, 주의, 태도를 구분하거나 하는 디테일- 없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행동, 태도가 상당 부분 마음 챙김에 부합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잘 관리했던 것 같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런 유전자를 주신 부모님과 그 선대 조상님들, 후천적 환경에서 좋은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을 비롯한 많은 인간관계 덕분으로 감사드린다.

 

뇌를 재설계하는 자기연민 수행 마음챙김

 

두 번째는 정말 좋은 말들이 많이 있다. 인용된 명언들도 진짜 띵언이 많다. 아마 저자이신 샤우나 샤피로님도 이를 아신 듯하다. 각 장마다 요약해 주시기도 하고, 읽을 때마다 독자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금언(핵심 가르침)을 하나씩 고르는 것을 추천하니 말이다.

뭐든 실천할수록 강화된다. <마음 챙김> ebook 13%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그냥 묵묵히 수행하라. <마음 챙김> ebook 13%
완벽함은 가능하지 않지만 변화는 가능하다. <마음 챙김> ebook 20%
마음 챙김은 우리가 반응에서 대응으로 나아가도록 해준다. <마음 챙김> ebook 27%
가장 중요한 일을 기억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 <마음 챙김> ebook 35%
자기 자비는 강력하다. <마음 챙김> ebook 44%
수치심은 실수를 반복하게 한다. <마음 챙김> ebook 53%
용서는 누군가의 행동을 묵인하는 게 아니라 분노와 원망의 짐을 내려놓음으로써 우리 자신의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마음 챙김> ebook 53%
관용은 타인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좋다. <마음 챙김> ebook 61%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의도와 주의와 태도를 투영할 수 있다. <마음 챙김> ebook 69%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마음 챙김> ebook 73%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우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마음 챙김> ebook 77%

<마음 챙김>에서 딱 하나만 기억해야 한다면 "뭐든 실천할수록 강화된다."이다. 마음 챙김 행위에 기본이 되는 사항으로 변화를 꿈꾸고 있는 이에게 희망이 되는 메시지로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뇌의 가소성을 비롯하여 '가소성'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 강력한 나에게 이 말은 가소성의 이면을 생각하게 하였다. 하루 종일 불평, 불만하는 사람을 보면서 나 역시 그들을 불평하는데 그 불평하는 반응이 나를 부정적으로 바뀌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Unsplash Simon Migaj

 

그밖에도 알코올램프처럼 생겼지만 은은한 허브향이 나는 이름 모를 그 물건과 푹신하지만 너무 푹신하지는 않은 매트가 필요하고, 가사 없이 피아노와 현악기의 콜라보 음악이 집중하지 않으면 들릴랑 말랑한 볼륨으로 나오면서 석불좌상마냥 가부좌 틀고 앉아 정신을 맑게 해 준다는 그 이름 모를 차까지 준비를 해야만 명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나의 고정관념도 박살 내주었다.

 

마음 챙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마음 챙김을 한 육군 중위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북적거리는 동네 마트에서 땀에 쩔은 중위는 줄을 서고 있는 사람이 3명이나 되는데 계산대에 있는 여직원이 계산은 안 하고 어떤 사내 아기와 놀아주는 것에 흥분을 했다. 하지만 마음 챙김 연습으로 예전과 달리 흥분을 가라 앉힐 수 있었다. 그러다 그 여직원의 이야기(전투 수행 중 죽은 남편 때문에 아기를 돌볼 시간 없이 일을 해야만 했다. 놀아줬던 사내 아기는 그녀의 아들이었고, 하루 중 유일하게 그 시간만이 엄마가 아들을 위해 놀아주는 시간이었다.)를 알게 되었고, 그 순간 마음 챙김으로 분노를 다스린 것에 감사했다.

아름다운 이야기에 초 치려는 것은 아닌데, 위 이야기는 철저히 중위의 관점에서 본 여직원의 입장만 나와 있다. 마트 주인의 입장에서 상상해보자. 자신의 마트를 이용하는 고객의 만족도가 중요할 것이다. 하필 그때 마트 관리자 역량 평가를 하여 늦은 계산 때문에 마트의 운영 점수도 깎기고, 줄 서고 있던 나머지 손님들의 낮은 고객 평가로 인해 마트의 평가를 엉망으로 받았다. 그럼 그는 여직원에게 화를 내도 될까? 그래도 여직원의 상황이 더 슬프니깐 안된다고?

그럼, 기다리는 사람이 3명 있다고 했는데, 그중 한 명이 여직원의 늦은 계산 때문에 원래 타려고 한 버스를 놓쳤다고 하자. 그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어머니의 임종을 지킬 수 없었다. 그는 여직원에게 화를 내도 될까?

혹, 덥고 짜증 났지만 보통의 상황이 었던 중위가 마음 챙김을 연습하지 않아 순간 화를 못 이기고 화를 냈다고 하자. 그 뒤에 여직원의 사연을 안 사람들이 중위를 욕하는 것은 괜찮을까? 그 뒤에 다시 알고 보니 중위는 일정 습도가 넘어가면 기도가 막히는 병이 있다고 하자. 그럼 중위를 욕했던 사람들을 역으로 욕할 수 있을까? 

 

@Unsplash Michal Parzuchowski

 

마음 챙김은 누가 더 최악의 상황에 있는지 시합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보통의 상황인데 나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 있으니 화내지 말고,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그들을 이해하고 돕자는 것은 그 기저에는 내가 우위에 있다는 자만심 또는 타인의 고통을 이용해서 내 상황을 만족하는 고약한 심보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마음 챙김은 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복잡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겪은 일이라 하더라도 모든 상황을 100% 인지할 수 없다. 불가능하다. 억지지만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상황은 있을 수 있다. 마음챙김은 완벽하게 상황을 알 수 없는 우리 사회에 쉼표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그 쉼표는 상황에 상관없이 자신의 화를 다스리는 시간을 벌고, 그 시간은 상대와 대화를 할 수 있게 한다. 이 대화는 우리가 진사회성 동물로 연결되는 첫 단추가 된다. 중위가 만약 "아기가 아주 귀엽더군요."라는 말을 비아냥 거리듯이 말했다면 여직원은 절대 자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남편의 암 선고로 정신이 없어 일을 망친 프로젝트 책임자에게 버럭 소리치지 않은 한 기업의 부사장처럼 마음 챙김을 통해 한 행동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상상으로 만든 내 질문에 답해 보겠다. 마트 주인이 여직원에게 화를 내는 것도 이해할 수 있고, 그 화낸 것에 서운해하는 여직원도 이해할 수 있다. 임종을 놓친 손님이 화를 낼 수도 있다. 중위가 화를 내는 것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이 중위를 욕하는 것도 이해하며, 나중에 중위의 상황을 알고 그들을 다시 욕하는 것도 이해한다. 그렇게 나는 마음 챙김을 통해 타인을 이해할 준비 즉, 남과 대화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

 

Joshua Bell playing at L’Enfant Plaza Metro, 2007. (Michael S. Williamson/The Washington Post)

 

조슈아 벨 실험 (Joshua Bell experiment)에 대한 생각

'마음 챙김을 이용해서 눈 앞에 있는 아름다움을 놓치지 말자'라는 의미로 언급한 것 같은 이 실험은 세계적인 바이올린 리스트인 조슈아 벨이 한 지하철 역사에서 버스킹을 하듯 연주를 했지만 조슈아 벨 앞을 지나간 1097명 중에 단 7명만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1분 이상 멈춰 섰다는 내용이다. <마음 챙김>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 실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최초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지는 퓰리처상까지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실험이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조슈아 벨 음악을 지나친 사람은 눈 앞에 있는 아름다움을 놓친 것이라고 할까?

추운 1월 잠실 지하상가 복도에서 어떤 두 사람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세계적인 축구스타 메시와 호날두였다.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서울 잠실 지하상가에 오는 게 소원이 었던 10대 여학생 1000명이 그들을 지나갔지만 단 한 명도 그 공놀이를 보지 않았다. 다음날 기사에 바쁜 현대사회, 주위에 있는 아름다움을 못보다.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은 축구스타의 공놀이를 보지 않았지만 평생소원인 잠실 지하상가에 왔는데? 그래서 엄청 행복했다고 인스타에 사진을 올렸는데?

이 실험에서 이런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지나간 1097명의 취미생활이 바이올린 연주곡 듣기, 하다못해 클래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바이올린 연주보다 당장 있었을 약속 시간이, 업무 시간이 또는 열차 시간이 더 중요했을 수 있다. 티켓 한 장에 100달러 하는 연주자의 공연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데 이를 놓친 것이 아름다움을 놓쳤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100달러를 주고 공연을 보러 간 사람들은 바이올린에 관심도 있고, 자신의 시간을 그 연주를 보기 위해 쓰겠다고 한 것이지만, 역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바이올린 팬들만 1097명이 지나갔다고 한들, 또 그들이 조슈아 벨을 알아봤다고 한들 자신의 선약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어야 했을 수도 있다. 그럼 그들은 자신의 책임감을 위해서 취미생활을 접은 것인데 책임감을 선택한 사람이 덜 행복한 것일까?

게다가 조슈아 벨은 당시 사진을 보니 정말 평범하게 버스킹하는 사람들과 같은 복장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를 그냥 평범한 버스킹하는 사람이라고 여겼을 것이고, 이어폰 등으로 자신의 음악을 듣느라 그의 제대로 음악을 들었을지도 만무하다. 그 누가 조슈아 벨이 역에서 연주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것을 기대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행복을 지나치는 것이라면 매주 로또를 하지 않는 사람은 매주 행복을 지나치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싶다.

이 실험은 어떤 과학적 소견을 담은 실험 같아 보이지 않는다. 어떤 과학적인 결론이 있나 찾아봤는데 내 영어가 부족해서 인지 찾지 못했다. 예컨대, 지나간 1090명은 왜 멈춰서 듣지 않았는가에 대한 이유 같은 것 말이다. 때문에 단순히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저널리스트용 실험 영상처럼 보였다.


마음 챙김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은 100% 아니 그 이상 공감하는 바이다. 샤우나 샤피로님의 가르침이나 마음 챙김 방법론에 반대는 단 1도 없다. 다만, <마음 챙김>의 어떤 부분은 하고 싶은 말을 길게 늘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다. 또한 그동안에 읽었던 다른 씽큐온 책들에 비해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부족하게 느껴졌고, 아쉬웠다.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날이면 독서 고수가 되어 있겠지?) 이런 생각들을 나만 했는지 궁금하다. <마음 챙김>은 유독 다른 사람들의 서평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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