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경험인 UX와 사용자 인터페이스인 UI는 얼핏 들으면 알 것 같으면서도 확실하게는 모르겠는 그런 단어이다. 하지만 느낌적으로 이 두 가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사용자의 경험은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받는 경험을 의미하는데 서비스의 흥망성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용자와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나 기능을 정확하게 연결해주는 앱이나 웹사이트 같은 인터페이스는 그런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 또는 극소화시켜줄 수 있다.
<인터페이스 없는 인터페이스> 저자 골든 크리슈나는 UX디자이너이다. 인터페이스를 주로 다루는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인터페이스 화면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니 흥미가 생겼다. 서비스 개발에 관심이 생기고, 공부를 시작하니 효율적인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싶어 졌다. 혁신적인 것을 개발하고 싶다면서 흔하디 흔한 앱을 제작하려고 했던 나의 프로젝트를 올 스톱시킨 이 <인터페이스 없는 인터페이스>가 말하는 인터페이스를 살펴보자.
그래픽적인 요소를 먼저 고민하는 대신, 사람들이 특정한 일을 수행할 때의 보편적인 과정을 먼저 생각한다면, 조금 더 세련된 해결방안이 보일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사용자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공감하며, 그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다. <인터페이스 없는 인터페이스> s.113
여기서 말하는 "그래픽적인 요소"는 앱 화면과 같은 것을 의미하는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어떤 좋은 앱을 만들지가 아니라 사용자들의 실질적인 과정에 집중하고 공감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책에 자세히 그것도 여러 번 설명하지만 어플을 만들었다고 사용자의 경험이 무조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 앱을 실행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을 보면 앱을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앱으로 현관문을 열 수 있다고 하자. 현관문 앞으로 와서 스마트폰을 꺼내고, 깨운다. 지문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하고, 마지막으로 실행했던 앱을 종료시키고, 필요한 앱을 찾아서 실행한다. 앱의 로딩 시간을 기다렸다가 해당 메뉴를 선택하여 문을 연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서 여는 것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사용자 경험이 올라갔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 보이지만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래서 독일인들은 아직도 열쇠를 사용하는 것인가?
그럼 어떻게 사용자의 경험을 충분히 공감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을까?
맥락을 이해하고 일상적으로 해오던 행동들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마법처럼 느껴지는 더 유려한 솔루션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인터페이스 없는 인터페이스> s.133
짐을 들고 있어서 두손을 쓸 수 없을 때 발로 트렁크를 여는 자동차를 본 적이 있는가? 트렁크를 열 때는 대부분 짐을 들고 있기에 차키나 핸드폰을 꺼내기 위해서 짐을 내려놨다가 다시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앱으로 트렁크를 열게 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발로 센서를 건드려 사용자가 정말 필요한 순간에 화면 없이 필요한 기능만 딱! 제공한다. 이를 맥락적으로 생각하면 다른 해결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역시 맥락적 사고는 필수템이다!
일상적으로 해오던 행동들을 고려한다는 말은 시장조사를 의미하는 것 같다. 어떤 사용자가 어떤 기능을 사용하려고 하는지 또 어떤 과정이 불편하고, 어떤 기능을 주목적으로 하는지 등 코딩 한줄 하는 것보다 사용자를 분석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개발이라는 것은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소시켜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페이스 없는 인터페이스>는 업계의 저항을 상당히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저자가 강력하게 "인터페이스 없는 인터페이스"를 주장하는 이유를 책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인터페이스의 주목적이 사용자에게 기존보다 좀 더 나은 사용 경험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나눔을 할 때 들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빡독러분 중에 온라인 기록 툴을 사용하고자 했는데 기능이 너무 많고, 세세하게 적어야 할 것들이 많아 막상 기록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쓰게 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록 인터페이스의 핵심 기능은 말 그대로 기록인데 온라인에 있는 다양한 기능은 오히려 사용자가 기록을 편하게 할 수 없게 하였다.
저자 골든 크리슈나는 맥락적으로 사용자의 행동과 절차를 먼저 고려하고, 특수화 또는 개인화를 통해 인터페이스를 구성해야 하자는 것이지 무조건적으로 화면을 없앤 인터페이스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결과는 사용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이 실현되는 것이라 믿고, 이를 위해 인터페이스를 없애는 방향으로 생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만들고 있던 프로젝트를 전면 엎었다. 공부하는 방향성 때문에 엎은 것이 주된 이유이지만 서비스로 연결될 프로젝트는 인터페이스를 최소한으로 해서 만들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이 책 하나보고 UX/UI를 이해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인터페이스 없는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이쪽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UX/UI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실용서나 학습서로 추천할 수는 없지만 디자이너나 개발자들이 기본적으로 가져야하는 마인드를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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