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가지 핵심 단어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먼저 "메타버스(초월과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 meta와 세계,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 Universe의 합성어)"란,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새로운 세상으로 디지털화된 지구 또는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두 번째는 "디지털 테라포밍"으로 지구가 아닌 우주의 다른 행성을 인간이 사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바꾸는 작업을 테라포밍이라고 하는데 메타버스처럼 디지털 공간에 인간이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니지와 같은 온라인 게임이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는 물론 온라인 수업 역시 메타버스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메타버스라는 정의는 생소할 수 있어도 가상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는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메타버스>는 꼭 한번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메타버스의 개념과 디지털 테라포밍에 따른 사회 변화를 구체적인 예로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증강 현실, 라이프로깅(자신의 삶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의미하지만 대부분은 현실의 나의 모습에서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빼고, 보이고 싶은 모습을 추가하여 만들어낸 경우가 많다.), 거울 세계, 마지막으로 가상 세계까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메타버스 종류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어떻게 메타버스에 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메타버스가 가진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볼 수 있어서 다양한 생각과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최근 딸아이 때문에 독일에 있는 한글학교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는데 메타버스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았다. 독일에 있는 한글 학교는 재외동포재단에서 후원을 받아 운영이 된다고 한다.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대도시의 경우에는 다를 수 있겠지만 작은 중소도시에 있는 한글학교의 경우 회원의 수도 많지 않아 등록 회원 수에 비례하게 지급되는 후원금과 회비만으로 운영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운영되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한글 교사분들과 학부모님들이 노력한 결과 때문이라고 했다. 후원금을 나눠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효과적일까?
한글학교의 한계- 뇌피셜
한글학교의 가장 큰 고정 지출은 수업이 이루어지는 장소 임대료와 교사 월급이다. 큰 도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작은 중소도시의 경우에는 근처 학교와 같은 장소를 수업이 있는 날 몇 시간 빌려서 사용한다.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지속성이 없으니 결집이 생기는 것이 쉽지 않다. 항시 개방되어 있는 도서관처럼 언제든지 와서 한글로 된 책을 읽고 한국말로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어도 커뮤니티가 만들어질까 말까이다. 게다가 수업시간을 제외하면 아이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적이라 애초에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환경이다.
교사 월급은 말이 월급이지 본업이라기 보다는 봉사의 의미로 인턴 수준이다. 이런 업무 환경이다 보니 경험 많은 양질의 교사가 한글학교에 오는 것은 쉽지 않다. 외국에 있는 한글학교 선생님들 중에 한글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원자격증이나 교사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다. 실제로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했다. 한글학교 선생님을 위한 한글 교육 수료 과정과 같은 국가정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경험 많은 선생님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메타버스에 있는 한글 학교
메타버스에 한글학교를 만들어 보자. 온라인 공간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으니 정기적으로 나가는 임대료가 필요 없다. 또한 재외동포재단의 후원금으로 운영이 되는 한글학교의 수를 줄일 수 있고, 재외동포재단이 다양한 한글 교육 강의 영상을 제작 또는 구매하여 배포한다면 교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심지어 한국에 있는 한글 교육에 특화된 교사와 교육 방식을 독일에서도 접할 수 있어 교육의 질도 향상될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아낀 금액으로 좀 더 다양한 행사와 활동을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하는데 사용하면 어떨까? 온라인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받아쓰기 대회라든지, 재미있는 한글문화 퀴즈 대회라든지 등등 정말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나라에서 한글을 배우는 뿌리가 같은 아이들끼리 만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만나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지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이미 부모를 통해 알게 된 인맥 네트워크가 한글학교에 간다고 해서 두터워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체육대회와 같은 오프라인 행사의 경우 서부, 동부, 중부, 북부, 남부 등 지역을 나눠 돌아가면서 함께 하는 축제를 열 수 있지 않을까? 비용은 이미 가상으로 돌리면서 상단 부분 아낀 것과 이렇게 한인들이 함께 하고자 할 때 대사관이나 영사관 지원, 한국 기업의 후원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다른 언어를 가르치는 학교도 (이를테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초빙해서 함께 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한글 교육과 국제적인 마인드를 고루 갖춘 인재가 되는 길이 아닐까?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이때 참여하는 어른들의 역할은 무언가를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인솔자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행사 동안 보호해주는 역할이라면 교사의 비용보다 훨씬 더 저렴해지지 않을까?
예상 반론
"온라인 강의를 아이들이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까?" 독일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한국어를 모국어로 쓴다 하더라도 그들의 모국어는 독일어가 될 가능성이 많다. 가정과 한글학교 정도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독일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니 말이다. 그럼 지금 우리 부모세대가 한글을 배운 방식과 우리 아이에게 가르치는 한글 방식은 달라야 한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써 한글을 배워야 한다. 이건 전문 영역이기에 강사의 역량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실제로 다른 한글 학교 온라인 수업이 집중하기 어렵고 산만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한글을 가르치는 전문 교육을 받으시고, 교원 자격까지 갖추신 분의 온라인 강의의 참여도와 집중도는 상당히 높았다. 그러기에 온라인 강의 자체가 아이들이 집중을 못하는 것이 아니고, 애초에 집중을 할 수 있는 나이 자체가 아니거나 강의가 지루해서 집중을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한글을 보면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너무 어릴 때부터 한글을 강제로 주입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집중을 할 수 있을 때 공부하는 것은 어떨까? 여담이지만 코로나로 대부분의 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었고, 심지어 앞으로 많은 대학들, 나아가 회사 생활도 온라인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니 어릴 때부터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일하는 것을 익혀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무조건 온라인은 아이들의 집중을 빼앗는다는 부정적인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
"한글학교의 필요성은 직접 만나서 만드는 커뮤니티 형성이다." 일주일에 한 번 3시간 정도 진행되는 한글학교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의 경우에는 3시간이 온전히 네트워크를 하는 시간이 될 수 있으나 아이들은 강의 듣고 뭐 하면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다른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 이 소통마저도 한글보다는 독일어로 진행될 수 있다. 생각해보자. 이 아이들에게는 한국어가 어색하고, 어려운 외국어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독일어로 소통이 가능한 친구랑 외국어로 대화하라고 하는 것은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그 스트레스가 한글 배움을 막지는 않을까? 어른들이라도 쉽게 하기 어려운 일일인데 말이다. 게다가 공간의 제약으로 자주 보지도 않는다. 그리고 <메타버스>를 통해서 보면 이제 우리 아이들 세대에서는 더욱더 직접 만나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어색할 수 있다. 이 역시 우리 부모들의 생각 전환이 필요하다.
만나서 하는 네트워크가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한글 학교의 최우선 과제는 한글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고, 그 다음에 함께 한글을 배우는 학우들끼리 자연스러운 커뮤니티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커뮤니티의 시작은 어쩌면 내가 했던 것과 달리 온라인에서 주고 받으면서 먼저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고 그 다음에 신체적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선호할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강의가 없을 수 있다." 어차피 한글학교를 차 타고 2시간 가서 참석하지 않지 않은가? 결국 자신이 사는 동네 한글학교에 가는데 이는 온라인보다 더 선택권이 없지만 불확실성은 훨씬 강하다. 어떤 교사가 당시에 어떤 커리큘럼으로 진행하는지, 교사가 중간에 관두지는 않는지 등 외부 요소가 많이 개입되지만 온라인으로 자신이 원하는 커리큘럼을 선택하여 진행할 경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커리큘럼을 완주하느냐 못하느냐가 결정되니 이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재외동포재단에서 많은 한글학교에 지원하던 돈을 다양한 강의와 수준에 집중한다면 해결할 수 있을 문제 같다.
<메타버스>는 정말 새로운 시각과 인사이트를 주었다. 한글학교에 관한 이 생각들은 아직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록을 한 것이라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 관점에서 한글학교를 고민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책을 좀 더 이해하는 것 같아 좋다. 꼭 기획서까지 만들어서 실제로 재외동포재단이나 관련 부처, 혹은 한국에 있는 한글 교육 기관 등에 제안을 해보고 싶다. 그럼 메타버스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독서와 서평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간접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충 이렇게만 적어봤는데도 실제로 우리가 가진 문제는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과 익숙함이다. 새로운 현상이나 관점, 기술이나 서비스에 무관심하다는 것, 다루지 못한다는 것은 현재 또는 미래 사회에서 결코 자랑거리는 아니다.
[48.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집에서 겪은 이야기 (2) | 2021.07.28 |
---|---|
[47. 초생산성] 부족한 시간을 현실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 feat. 올바르게 위임하기 (0) | 2021.07.25 |
[45. 판교의 젊은 기획자들] 낡은 시장을 새로운 시장으로 바꾸는 기획자 (0) | 2021.07.07 |
[44.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성공적인 학습을 위한 노력 사용 설명회 (5) | 2021.06.27 |
[43. 기획자의 생각 식당] 아이디어와 생각을 파는 기획자 이야기 feat. 나는 잡놈이다. (0) | 2021.06.26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