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을 통해 성장을 이루고자 데일리 리포트, 블로그 등을 기록했고, 독서를 강제적으로 하기 위해 씽큐온 독서모임에 1년째 참가 중이고, 빡독을 8개월째 운영하고 있다. 읽은 책은 무조건 서평으로 남기면서 Output을 만들어 책의 내용을 단 한 개라도 내 삶이나 업무에 적용하는 것을 시도했고, 이 루틴을 반복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변화는 찾아왔고, 소소한 성취감은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성과를 얻고 싶은 동기부여로 제대로 작용해서 브레이크 없는 스포츠카 마냥 신나게 달렸다.
그러다 정체기를 겪게 되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듯한 느낌은 이제 없었고, 두꺼운 벽을 미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심지어 그 벽이 나를 뒤로 미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수입형 블로그, 주식과 펀드와 같은 재테크, 코딩으로 앱 또는 서비스 제작, 프로젝트 기획 등 새롭고 흥미로운 주제를 접할 때마다 늘려갔던 사이드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시간 관리가 잘 되던 나의 루틴에 혼선을 가져왔다. 기록을 더 자세히 하고 데일리, 위클리 평가하고, 우선순위 정해서 돌리고 해도 쉽지 않았다. 급기야 원래도 적었던 수면시간을 더 줄이기 시작했다. 운동 시간도 반으로 줄이면서 시간을 확보했지만 아무리 내가 날고 기어도 하루는 24시간에서 늘지 않았다.
엄청 바쁘고 몸이 축나게 살고 있지만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찰나 <초생산성>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만 생각했었지, 적게 일하고 더 많은 것을 이루는 생산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에 비해 쉽게 읽을 수 있고, 두껍지 않은 편이지만 완독을 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챕터마다 있는 워크북이나 체크리스트를 이용해서 내 삶을 돌아보고 적용하는데 시간이 엄청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나 또는 더 나은 나를 복제하라." 위임하기 챕터 6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가족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적용하느라 요 며칠은 다시 부르릉 거리는 스포츠카 느낌을 다시 받았다.
위임이란?
'위임하기'란 본질적으로,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그 밖의 모든 일을 나보다 열정적이거나 능숙한 사람에게 넘기는 것을 뜻한다. ... (중략)... 사실 우리는 잘 안다. 위임을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현명하며 조직 차원에서도 건강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문제는 우리 대부분이 위임을 자신이 처한 여건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이상적 상황으로만 여긴다는 데 있다. <초생산성> 224-226
발췌를 여기까지만 해서 그렇지 작가가 마치 내 이야기를 적은 듯 위임을 거부한 변명을 3페이지 정도 읽고 나니 내가 "위임"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덕적으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도 하기 싫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의 고역 영역이 남에게는 갈망 영역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정확하게는 다른 사람의 갈망 영역에 대해 "안물안궁"이었는데 그러면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위임의 순서
책의 구조가 정말 체계적으로 진행되는데 위임편이 나오기 전에 본인의 영역을 열정과 능숙도를 가지고 갈망 영역, 산만 영역, 무관심 영역, 고역 영역 그리고 아직은 위 4가지 중에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발전 영역 총 다섯 가지로 나눈다.
이것이 전제되어야 하는 이유는 위임을 할 때 어떤 순서로 위임을 해야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고역 영역을 시작으로 무관심, 산만 영역 순으로 위임을 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이해도 되고, 누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초생산성>에서 제대로 배우고 생각해 본 것은 열정도 있고, 일도 잘하는 갈망 영역의 일을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남들보다 잘하고 더 열정이 있는데 위임을 하면 오히려 결과가 안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데 이 영역에서 과로나 번아웃이 올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갈망 영역의 일이라 하더라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많은 업무가 있다면 과감하게 위임해야 한다.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정에서 자기 계발과 집안일을 효과적으로 하기위해 아내와 심도 있는 대화 끝에 집안일을 세세하게 나눴고 서로의 영역을 구분했다. 독일에서 살기 때문에 행정업무도 상당한데 서류에 관한 것은 내가 담당하고, 대면 및 통화는 아내가 담당하기로 한 것처럼 우리의 기준상 조금이라도 더 능숙한 사람이 맡기로 했다. 빈도의 문제도 있지만 여기에는 영역을 나눈 것만 소개해 보겠다.
역할 | 나 | 아내 | 담당 |
장, 요리 | 고역 영역 | 무관심 영역 | 아내 |
놀아주기 | 갈망 영역 | 고역 영역 | 나 |
취침 | 산만 영역 | 갈망 영역 | 아내 |
화장실 청소 | 갈망 영역 | 고역 영역 | 나 |
일반 청소 | 무관심 영역 | 산만 영역 | 아내 |
행정업무 - 서류 | 무관심 영역 | 고역 영역 | 나 |
행정업무 - 통화 | 고역 영역 | 무관심 영역 | 아내 |
아이 옷 입히기 | 발전 영역 | 갈망 영역 | 아내 |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과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업무 분담을 분명하게 하였고, 앞으로는 분담한 일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고민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고나니 Todo List가 확 줄었고, 시간을 번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위임의 7단계 절차
시간이 없을 때 당시의 급한 일을 남에게 부탁했던 주먹구구식의 위임은 항상 만족할만한 결과가 아니었는데 이는 위임이 문제가 아니라 위임을 진행한 방법 또는 절차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 과정을 보니 위임을 했을 때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고 더 생산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이유가 나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위임받는 사람을 성장시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2번. "가장 적절한 사람을 선택한다."이다. 이전에는 시간 되는 사람에게 위임을 했다. 물론 전혀 얼토당토 않는 사람에게 부탁한 것은 아니었는데 시간이 있는지 여부가 주요 판단요소였다. <초생산성>에서는 가장 적절한 사람이라 하면 내가 위임할 Object에 대해서 갈망 영역인 사람이라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무관심 영역에 있는 사람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능숙도의 경우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능숙도를 요구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열정이 없는 사람에게 특정 업무, 특히 리더가 갈망 영역에 가지고 있던 업무를 맡겼을 때 중요한 사람이라는 자존감이나 인정받는 느낌 때문에 열정이 하루아침에 끓어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밖에 위임을 할 때 한계를 명확하게 밝히면서 위임하는 지시 레벨 5가지도 나와 있고, 구성이 참으로 알차다. 실제로 이 책에 나온 워딩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해봤더니 효과가 있었다.
<초생산성>을 통해서 위임에 대해 그동안 잘 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확인했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위임을 통해 내가 해야 하는 갈망 영역의 업무들을 병렬적으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음에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적용하고 나니 위임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하루 24시간을 물리적으로는 늘릴 수는 없으니 그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을 늘려서 시간을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초생산성>에게 감사하다.
덧. 물론 위임을 남발하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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