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종말>은 프런티어 사관으로 확장해 오던 미국 이야기를 기반으로 정치적 평등, 자유, 개인주의 등 미국 하면 떠오르는 많은 핵심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각보다 어둡고,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또는 몰랐던 뒷이야기(?)를 알게 되니 미국이란 나라가 새롭게 보이기까지 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미국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좋은 나라, 자유의 나라, 아메리칸드림 등 긍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던 터라 읽는 내내 의외라고 생각했다.
미국 이야기 외적으로도 많은 생각거리를 준 <신화의 종말>은 평소보다 더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책이다.
아직도 부족한 문해력
퓰리처상을 받은 <신화의 종말>은 나의 문해력이 얼마나 올라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한글이지만 한글이 아닌 책 같은 느낌이 드는 이 책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 보는 것은 실력보다 더 많은 문제를 맞히길 바라는 수능을 앞둔 고3의 부모님 마음처럼 초조하기까지 했다.
예상은 했지만 아쉽게도 만족스러운 정도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제대로 집중하지 못함에 답답했고, 주어진 상황이 상황인지라 책을 찬찬히 읽는 것이 아니라 쪽잠 자듯이 읽어 더욱 아쉬웠다.
나도 그럴 수 있다.
주변에 부동산으로 2억을 번 사람을 욕하는 사람이 있었다. 제도적인 문제라니, 집 값이 오르는 원흉이라니, 부동산으로 1억 이상 못 벌게 해야 한다는 등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그 역시 부동산으로 2억보다 더 많은 금액을 벌게 되었다. 과거와 같은 이야기를 할까? 당연히 아니고, 심지어 과거 본인 발언을 잊고, 부자 되려면 부동산만이 정답이라고 하며 경제학자, 부동산 전문가로 태세 전환한다.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이해 못하는 것 아니지만 얄미운 것도 사실이고, 그런 행동을 비난하고도 싶지만 그러지 말자. 욕을 하더라도 적어도 너무 많이는 하지 말자.
<신화의 종말>을 보니 미국의 성장과정이 아름다웠던 것만은 아니다. 이익을 위해 확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피와 눈물을 봤다. 다 지나고 나서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욕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가 당시 상황에서 우리의 이익과 확장을 위해 싸운다면, 우리 처자식들을 위해 누군가와 싸워야 했다면 어땠을까? 내로남불을 나도 하지 않았을까?
반성을 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반성과 별개로 인정하고, 사과하고,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맥락적 사고를 통한 의사결정은 융통성이라는 장점 아래 자칫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박쥐 같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 개인적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자세는 사과할 줄 아는 것이다. 자기반성이 되면 더 좋지만, 비판과 지적을 받았을 때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사과하고, 대화를 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쉽지만 실제로 과오를 인정하고 사죄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흐지부지 지나가길 원할 수도 이 핑계 저 핑계로 넘어가고 싶을 수도 있다.
<신화의 종말>은 미국의 성장 과정에 가려진 어두운 면을 이야기하면서 자기반성적 있다고 생각한다. 책 한 권 낸 것이 어떤 의미가 있냐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책을 읽고 성장한 또는 성장할 사람의 영향력은 우리가 측정할 수 없을 의미를 가질 것이다.
물론 자기반성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환경을 실컷 파괴하면서 성장한 선진국이 환경에 대해 자기반성을 하고, 환경 규약을 만들었다고 하자. 후진국 입장에서는 국제환경규약 때문에 성장하기 어렵다고 불평하는데 그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추가로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을 읽을 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역사를 평가하는 것은 시대 분위기와 정신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것이니 항상 열린 마음으로 맥락적으로 접근하는 연습을 하자.
표현의 자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 삭제되었다는 뉴스는 개인적으로 엄청 충격적이었다. 자유의 대명사격인 미국에서 대통령의 트윗이 삭제가 되다니?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서 정해진 원칙인데 말이다. 이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나?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그 자유를 정말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는 표현의 자유를 정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은 얼마나 될까? 서로 여과 없이 표현하고 뒤끝 없이 끝나는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 독서모임을 비롯해서 많은 모임은 모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종교, 성, 정치, 역사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사실 독서모임에서도 이런 주제로 이야기할 수 없으면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할까?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실컷 말하지만 막상 그들을 만나면 정작 논란이 있는 사회 이슈는 피하고 있지 않은가? 정말 우리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인가? 말이 안 통하고 무식한 사람으로 단정 짓거나 이념에 사로잡히거나 명예훼손이라며 고소부터 하는 모습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신화의 종말>은 미국의 역사를 저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만큼 모르긴 해도 이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책의 내용 중에 틀리거나 의미가 조금 다르거나 퓰리처 상을 받았다고 책의 내용이 정답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장벽이 미국의 성장 신화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더 강력한 프런티어 사관을 위해 나와 상대의 국격을 구분하여 확장할 곳을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하려는 전략인지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신화의 종말 2편에서 답을 확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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