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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생의 테크 심리학

서평/2020

by _10eggs_ 2020. 8. 2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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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진성 졸꾸 프로젝트

씽큐ON 6기 3번째 도서 - 테크심리학

아날로그 학창 시절과 디지털 성인시대를 살고 있는 85년생

너무 오래전 이야기라 시간의 왜곡이 있을 수 있는

나의 테크 심리학

 

첫 번째 테크 - 다마고찌

90년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학교 정문과 후문도 아닌 비공식 루트인 쪽문에 심심치 않은 빈도로 무심한 표정의 할머니가 박스에 병아리를 가득 담아두고 팔았던 적이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한 마리에 500원? 정도였었는데 한두 마리씩 사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반대가 심했던 부모님 때문에 항상 구경만 하다가 집에 왔었는데 어느 날 전자 병아리를 키울 수 있는 다마고찌가 생겼다. 시간 맞춰서 밥도 주고, 놀아주고 특히 제때 똥을 치우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똥도 치우고 했다. 혹 죽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키웠다. 학교 쉬는 시간은 물론 수업 시간에도 나의 집중은 한 동안 전자 병아리에 가 있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나의 전자 병아리는 정말 잘 컸고, 결론이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쯤에 진짜 병아리를 키워보고 싶었다. 실제 병아리도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부모님의 반대에도 한 마리를 사 왔고, 그 병아리는 죽었다.

-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실제보다 더 부풀려 상상하게 되었다. <테크 심리학  ebook p.16>


 

두 번째 테크 - PC방에서 채팅

중학교 시절에 동네 PC방이 생기기 시작했고, 학교 마치면 축구하고 집에 가는 길에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고 먼저 죽으면 나와서 채팅을 하는 것이 기본값이 었다. 학교에서 엄청난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일탈 없이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던 나는 채팅만 했다 하면 이름을 그날그날 가장 강해 보이는 이름을 짓고, (창피하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이름이 강선혁이였다.ㅎㅎ 강 씨가 왠지 강해 보였고, 당시에 봤던 만화책에서 좋아하는 캐릭터의 이름을 섞어서 만들었다.) 온라인에서는 실제와 다르게 마치 인생의 쓴맛 단맛 똥맛까지 본 불량학생으로 살았다. 학교를 땡땡이치고, 학원비 삥땅(?!) 쳐서 오토바이 타고 다닌다고..... 당시 청춘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본 멋있다고 생각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대화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 딱히 어떤 구절보다도 그냥 허영심과 자아도취.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한 것 같다.


 

세 번째 테크 - 미니홈피

중학교 2학년인가 3학년인가 단짝 여사친으로부터 미니홈피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미니룸이 어쩌고, 도토리 어쩌고 하는데 못 알아듣겠고, 관심도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미니홈피의 일촌의 수가 인싸를 입증하는 것이고, 하루 방문자 수, 토탈 방문자 수가 인기의 척도가 되면서 미니홈피를 시작했다. 

반 회장도 하고 있고, 주접도 잘 떨고 두루두루 친구들과 잘 지내고 무엇보다 친구 생일잔치에 항상 초대받고 해서 당연히 인싸가 될 줄 알았는데 하루 방문객이 3, 6, 9 뭐 이랬다.(누가 보면 369 게임하는 줄....) 그러다 어느 날부터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조작을 하기 시작했다. 로그인해서 내 홈피 갔다가 로그아웃해서 방문자 수 1을 높였다. 이렇게 수십 번을 해 겨우 수십 명이 들어온 것처럼 만들었는데 사람 수 대비 방명록 글도 없고, 뭔가 다른 사람의 홈피 같은 뭐랄까..... 활력? 같은 것이 없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방명록 새 글이 떴다 하면 광고이거나, 친구가 홈피 관리 좀 하라면서 도토리 좀 달라는 말이었다. (아니 왜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해? 창피하게? 비밀 방명록으로 하지ㅠ 도토리가 있었음 내 미니룸을 꾸몄겠지.... 내 아바타도 헐벗고 있는데... 참나.) 사실 매일 같이 들어가서 관리하고 있었는데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당시 요금제 ting에서 모인 레인보우 포인트로 BGM도 바꿨는데 아무도 모른다.

- 블로그를 잘 운영하려면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의 유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테크 심리학  ebook p.146>

- 자기반성과 검증을 절대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검증을 전혀 부끄러워하지도 말아야죠....... 주변 세상을 향한 최소한의 따뜻한 시선과 공감이 필요해요. <테크 심리학  ebook p.145>

이 책을 읽다가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작까지 했어야 하나? 나의 학창 시절은 행복했던 기억뿐인데 유일하게 담담해지는 것이 미니홈피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니홈피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은 다행일 수도.... 

현재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때의 기억이 종종 난다. 이 때 다시는 미니홈피 같은 것 안 한다고 다짐을 했는데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 흐름이 바뀌고 하면서 나의 생각과 입장도 변화 했다. 이제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정보를 공유하는 일 자체가 재미있어졌고, 누군가 나를 봐줘야 한다는 압박감은 이 기억 때문에 많이 받지 않는다. 다만 이 때의 나를 반성한다.


 

네 번째 테크 - 부엉이 쪽지

더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여기서는 4가지만 다룰 생각이다. 나머지는 부인과 공유하면서 둘이 엄청 신나게 웃었다. 왜 갑자기 부인 이야기를 할까? 이번 테크는 부인과 관련이 있다.

2010년대에 대학을 다녔는데 대학시절에는 승승장구하면서 살았다. 실패감에 빠져 있던 적도 없고, 도전하면 웬만해서는 거의 다 이뤘다. 성격도 오만방자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심지어 오지랖 떨면 후배들도 잘되어 나를 따르는 사람도 많았다. 여자 친구도 있었고, 공사 인턴으로 취업도 했다. 정규직 전환에는 실패했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난 어차피 될 것이니깐.

여담인데, 유튜브가 없었다면 나는 평생을 나의 작은 우물 속에서 살았을 것이다. 유튜브로 신박사님과 고작가님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그 작은 우물에서 나올 수 있었고, 겸손해지면서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테크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얻었다. 감사합니다!   

그러다 공사 인턴 시절 잘 아는 형님으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는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처음에 잘 되다가 형님이 갑자기 사업을 접으시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그 뒤로도 당시 15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와 사업을 했는데 돈 문제로 친구도 잃고 사업도 망했다. (체인지 그라운드를 알기 전에는 그 친구만 원망했는데 지금 보니 그 친구가 아녔어도 나의 무지로 어차피 망할 것임을 알게 되었다.) 3년 사귄 여자 친구도 그쯤에 헤어지면서 2012년 5월에 여자 친구, 15년 지기 친구, 돈, 직업을 모두 잃었다. 정말 답답했고, 사람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임을 대나무 숲에서 외친 것처럼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었다. 단,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말이다.

그 때 친구 소개로 알게 된 어플인, 당시 유행했던 데이팅 어플 중 하나였던 부엉이 쪽지를 했다. 간단하게 부엉이 쪽지를 설명하자면 다른 데이팅 어플과 달리 개인정보라고는 성별과 나이대만 입력한다. 기본적으로 5가지 색깔을 가진 5마리 부엉이가 있는데 메시지를 작성해서 보내면 부엉이가 내 쪽지를 반경 내 부엉이 쪽지 어플을 사용하는 이성에게 전달한다. 그 둘은 해당 색깔 부엉이를 통해서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부엉이 쪽지. 출처: https://feena74.blog.me/140134129050

살면서 단 한 번도 나의 속 이야기를 진실하게 한 적이 없었다. (아마 이랬기 때문에 미니홈피 방문자가 그랬던 것 같다. 남들과 유대관계 부족, 공감대 부족.) 나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사람에게 그동안 하지 않았던 나의 일생을 이야기하고, 그냥 억울하고 처음으로 겪는 실패감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고 싶었다. 왜 나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인가? 나의 흠이 나를 공격할 것 같은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이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쪽지를 보내다 독일에 살고 있는 어떤 여자에게 답장을 받는다.

믿지 않았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가는 시스템인데 뭔 9000km 떨어져 있는 독일로? 말도 안 되지만 그냥 독일이라고 하니 독일이라 치고, viber라는 무료 통화 어플로 통화를 시작했다. 3시간 동안 내 기억에 있는 출생부터 그 당일까지의 모든 스토리를 이야기했다. 즐거웠던 일, 슬펐던 일, 무서웠던 일 등, 아무도 모르는 나만 아는 비밀과 행복해 보이지만 안 행복했던 가정사 등등 익명성이 보장이 되니 정말 별별 이야기를 다 했다. 홀가분 해졌다. 다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녀와 다시는 안 볼 생각으로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그녀는 울면서 한마디 했다. "이제 제 차롄가요?" 그녀 역시 그 시간이 그녀의 인생에서 처음 겪는 굉장히 힘든 순간이라며 또 다시 3시간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지금 나는 독일에 살고 있다.


책을 읽고 난 뒤...

<테크 심리학>을 읽으면서 다양한 부분을 역사적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새롭게 발달하는 테크를 잘만 이용한다면 인생의 큰 전환점은 물론 상당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된다. 각자 가지는 서사도 다르고, 주어진 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어떤 한 방식이 정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배우고 시도해보면서 어떻게 이용할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아날로그를 경험하고 디지털로 넘어온 사람일 것이다. 시작부터 디지털만 경험한 세대가 이야기하는 테크 심리학이 기다려진다. 우리는 아날로그를 경험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디지털 테크에 대해 비교군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르다. 시작부터 아이폰이 있었고, 시작부터 온라인이 있었다. 그들에게도 같은 심리가 적용될까?


"당신의 테크 심리학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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