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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볼 것도 없이 자살이야.

서평/2020

by _10eggs_ 2020. 9.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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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진성 졸꾸 프로젝트

대유행병의 시대

코로나 19가 빨리 끝나길 바랍니다.


드라마, 영화, 추리소설 등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자살로 종결된 사건이 수년 또는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타살로 밝혀지는 이야기 말이다. 이런 이야기에서 허술한 초동수사도 단골 소재이다. 그럼 왜 초동수사가 허술했을까? 물론 영화야 극적인 스토리 연출을 위함이겠지만 경험도 많고, 전문적인 지식을 많이 갖춘 경찰들이 수사를 하는데 왜 빈틈이 날까? (영화 같은 극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항상 사건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경찰님들 존경합니다!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자살사건에 대한 많은 경험을 가진 형사가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고, 정황만 대충 파악한 뒤 다른 가능성을 염두하지 않은 채 자살로 종결시켰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는 2시간만에 해피앤딩으로 억울함을 그나마 풀기라도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예상치 못한 전염병은 언제든지 올 수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하며 이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판단해야 한다. 이미 역사 속 많은 전염병을 겪으면서 전염병의 발생 방식의 비슷한 패턴을 찾았다. 이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언론, 시민 등 다양한 방면의 협조와 노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유행병의 시대>를 읽으면서 의사들의 지식 자만부터, 정부의 오판, 언론의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초반에는 책에 나온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다 읽고 나니 사회적인 부분에서 몇 가지 생각하게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된 건 너 때문이야!

<대유행병의 시대>를 읽다보면 의사가 소신 발언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소신 발언을 했는데 혹 전염병이 아닌 간단한 병과 같이 판단이 잘못되었을 경우(우리들에게 잘 된 경우겠지만)에 비난과 책임을 감당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국민의 혼란, 경제적 타격, 국가 신용도 등 다양한 이유로 병에 대한 정치적인 반응이 의학계만큼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이 결단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10장 질병X편은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읽다 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트럼프에 대해 찾아보다가 어떤 일화를 알게 되었는데 정치적인 스탠스를 완전히 무시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언론비서관였던 케일리 매커내니는 코로나가 미국에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폭스와의 인터뷰를 했다. 트럼프가 당선되고 언론 대변인으로 있는 지금 미국에 코로나가 확산되었으니 그때 말한 것을 취소해 줄 수 있는지 여부를 질문으로 받았다. 매커내니는 오히려 되묻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심각한 전염병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보다 더 위험한 플루를 잡아야 한다." 등의 언론 보도를 취소할 수 있냐고. 기자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기자는 미국이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을 돕기 위해 질문했다기보다는 다분히 트럼프를 공격한 말이 었다고 생각했다. 또한 언론사에게 오히려 되묻게 되면서 아마 언론과 트럼프의 관계가 나빠졌음 나빠졌지 좋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상을 보면 우리 사회가 사건을 어떻게 대하는지 상징적으로 나타나 있는 것 같았다. 사건이 터지면 자연스럽게 욕할 사람을 찾는다. 이 프로젝트가 안된 이유는 xx가 잘 못해서 그렇다는 둥, zz가 휴가를 많이 갔다는 둥 프로젝트를 리뷰하기 보다는 누군가 한 명을 잡고 욕하고 싶다. 그러면 왠지 내 책임은 아닌 것 같으니깐 말이다. 일종의 책임전가. 그런데 그 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건이라면 더욱이 어떤 욕받이 하나를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지금은 오히려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 외계인 등 합칠 수 있는 힘은 다 끌어모아서 대응해야 하는데 아직도 밥그릇 싸움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선택적 믿음

어릴 때 <아침마당> 또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같은 프로그램은 본 적도 없지만 어머니를 통해 정말 많이 들었었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 프로그램에서 DHA가 좋다 하면 모든 식단이 고등어처럼 DHA가 풍부한 푸른 식단이 되었다. 그러다 미역이 좋다 하면 2주일 동안 미역국이다. 참고로 그 결과 나는 감사하게도 한 음식을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식성을 갖게 되었다.

나의 어머님이 그랬던 것 처럼 언론에서 나온 이야기를 그냥 필터 없이 믿은 경험이 있지 않은가? 솔직히 나도 독서를 하기 전에는 상당히 많이 그랬다. 특히 언론에서 평소 나의 뇌피셜이 옳다고 나오면 더욱 맹신했다. 그러다 나의 뇌피셜이 틀렸다고 나오면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것은 비단 언론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의견도 나와 맞으면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나와 의견이 다르면 듣지 않았다. 이게 그 위험한 편향에 빠진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나는 어떤 것에 대해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근거만 찾는 것이다. 이 것이 좋은지 나쁜지, 문맥적으로, 통계적으로, 시스템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내 입맛에 맞는 내용만 선택적으로 믿는 것이다.

코로나 초반 독일의 경우에 마스크 사용이 없는 사회적 배경 때문에 주변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마스크를 쓰면 오버한다는 분위기였다. 마스크 미착용 지인이 있어서 이유를 묻자, 언론에서 마스크로 코로나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마스크를 권고한다는 언론이 나왔을 때 다시 물어보았다. 이제 언론에서 착용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왜 안햐냐고 하니 자신은 원래 언론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코로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니 언론에서 그냥 감기라고 했다고 자신도 그렇게 안다고 대답했다. 언론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결국 본인에게 유리한 내용만 가져다가 쓴다. 아마 이 글을 읽으면 내 지인을 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속시원하게 욕하지 못했다. 코로나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렇지 나 역시 내 생각과 다른 경우에만 언론을 믿을 수 없다고 자기 위로했기 때문이다. 

고영성 작가님과 신영준 박사님의 고신세 오프닝이 떠오른다.

"많이 알고 공부해야지만 제대로 보이는 거예요. 제대로 봐야지만 제대로 비판할 수 있고, 제대로 비판할 수 있을 때 바뀔 수가 있습니다. " 

다행히 그는 지금 마스크를 착용한다.   

 

그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자.

<대유행병의 시대>를 읽으면서 맥락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의사의 자만을 전염병의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의 자만만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사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을 고르라고 한다면 무조건 의사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여기서 의사라고 통칭하였지만, 더 많았었을 간호사, 연구원 등 모든 희생자분들을 의미한다. 일단 그분들은 전염병의 공포를 아마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잘 알 것이다. 그러나 대승적 결단으로 그분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일선에 나가 일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분들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분들의 죽음으로 살았을 생명의 수를 가늠할 수 없지만 우리의 과제는 그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의사에게 막말하고, 코로나를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 할 말이 없다.

이렇게 글은 쓰고 있지만 나는 겁쟁이다. 그런 몰상식한 사람들에게 다가가 지적할 용기도 없다. 이러면서 누군가가 나서서 이런 상황을 정리해주길 바라고 있다. 정말 겁쟁이가 맞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염병을 조금이나마 알고, 마스크 착용과 같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용감한 그분들이 찾아낸 결과물을 따르는 것 밖에 없다. 비겁한 변명을 하나 하자면 모든 사람이 나 같은 겁쟁이라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좀 덜하지 않을까?

당신은 어떤가요? 용감한가요?


"세상은 복잡계. 균은 초복잡계. 함부로 속단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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