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씽큐온 6기 모집공고를 보고 아내와 나눈 실제 대화이다.
"자기야, 씽큐온 나랑 같이 할래?"
"응? 그게 뭔데?"
오! 잘만 설명하면 하겠다 싶어, "어, 체인지 그라운드 내가 좋아하는 거 알지? 고영성 작가님이 해외 명저를... "
"응, 안해!"
시간이 지났고, 6기 때 책 읽고, 서평 쓰고 토론하면서 즐거워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약간(?) 관심이 생겨 보이길래 7기 모집공고를 보고 다시 아내와 대화를 하였다.
"자기야, 씽큐온 할만 한 것 같지 않아? 정말 나 씽큐온 통해서 많이 배웠다~"
"그래? 그럼 오빠 읽은 책 한번 볼게."
드디어! 그녀가 책을 들게 되었다. ebook 리더기를 주었고, 1시간 정도 지난 뒤 아내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너무 어려워. 안 해!"
실패다. 6기 선정도서를 훑어보더니 역시 독서는 어려운 것이라며 나의 설득이 씨알도 안 먹혔다. 함께 독서하고 싶은데 내가 독서의 길에 빠지게 된 것과 같은 방법부터 별별 방법을 약 2년 동안 시도했는데 아내는 지금까지 책 한 권 읽지 않았다. 심지어 육아를 위해서라도 읽자고 했지만 며칠 가지 못했다. 이대로 끝인가...? 내적 동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내가 하는 모든 방법은 외적 동기라서 아무래도 지속성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내가 책을 잘 고르거나 사람에 따라 잘 추천해 줄 능력도 없기 때문에 아내의 독서 쾌락을 만족시켜줄 책도 없었다. 그렇게 아내와 함께하는 독서는 그저 꿈으로 남는가 싶었다.
그런데! 정말 의외의 곳에서 기회가 왔다. 빡독x 플랫폼을 이용해서 독서모임을 주최하였다. 빡독x 규정상 최소 3명이 모여야 모임이 인정이 된다. 그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 아내에게 빡독x 플랫폼 가입을 부탁했고, 다른 사람이 신청할 때까지만 같이 하자고 했다. 다행히 아내는 철저히 나를 위해서 안방에서 접속을 했고, 나는 거실에서 접속을 했다. 그렇게 우리 모임은 또 다른 한 분을 포함하여 3명이서 시작했다. 이때 나는 <컨테이저스>를 읽고 있었고, 아내에게 <대통령이 사라졌다>를 주었다. 아내는 정치 관련 책인 줄 알고 다른 책을 달라고 했는데, 우리 부부 말고 빡독x에 참여하신 분이 원서로 봤다며 아주 극찬을 했다. 한국말로 또 읽고 싶어서 구매했고, 꼭 읽어보시라고 후회 안 한다고 강력 추천을 해 주셨다.
아마 아내 또는 남편이 있는 사람들은 공감할 수도 있는데 내가 백날 이야기하는 것보다 외부인이 한번 이야기하면 바로 설득되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내가 아무리 지금 입은 그 치마가 잘 어울린다고 100번을 말해도, 입을 옷이 없다며 툴툴거리다가 오늘 처음 본 나의 직장 동료가 치마 예쁘다고 하면 그 치마는 베스트 아이템이 된다. 이런 게 느슨한 유대의 결과일까?
그렇게 아내는 <대통령이 사라졌다>를 나보다 먼저 읽기로 했다. 첫 빡독x 모임 직전에 아내가 자기는 독서를 처음 하니 1시간 독서는 어려울 것 같다며 30분만 있다가 나가겠다고 했다. 같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 준 아내에게 기꺼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렇게 모임은 시작되었다. <대통령이 사라졌다>에서 국가 멸망까지 남은 시간이 카운팅 되듯이 그녀가 방을 나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15:23... 9:57... 7:15... 3:18... 1:03... 0:26 그리고 0:00.
엇?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40분이 지났는데도, 50분이 지났는데도 나가지 않았다. 클로징 멘트와 함께 첫 독서모임이 끝나고 안방으로 갔다. 아내와 첫 독서모임 후기와 피드백을 나누고 싶었는데 아니 아내한테서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듣게 된다.
"오빠, 책 30분만 더 읽자."
뭐야, 지금 이 독서 열정 뭐야? 결국 이날 자는 순간까지도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며 책을 더 읽고 싶다는 전혀 아내 같지 않은 멘트를 들으면서 잤다. 심지어 왜 아직 책을 안 읽어서 자기랑 내용 공유를 못하냐며 핀잔까지 들었다.
아내는 그렇게 <대통령이 사라졌다>를 3번째 모임 때 다 읽었다. 일하랴, 육아하랴, 집안일하랴, 자기는 절대 독서할 시간 없다고 하던 그녀는 2권의 소설책을 틈틈이 읽었다. 정말 재미있다고, 술술 읽히는 게 아깝다고 하면서 다음 내용이 정말 궁금하다며 신나게 읽어 내려갔다. 그러면서 미국 이름이 어려운데 종종 이름과 애칭이 섞여서 나와 책 앞쪽으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전자책이라 답답함을 호소했다. 옳지! 아내의 독서 중독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 <대통령이 사라졌다> 인물도를 만들었다.
인물도를 만들기 위해서 원래 독서 후 서평까지 완료하면 다음 책을 읽었던 나만의 방식을 깨고, <컨테이저스> 서평 전에 <대통령이 사라졌다>를 아내가 안 읽는 시간에 짬을 내어 읽었다. 빡독x 모임에는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을 읽었는데 이 것이 나에게는 독서 인생 2년 만에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항상 책 하나 끝나면 다음 책을 읽었는데 심지어 벽돌 책인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과 <대통령이 사라졌다>를 동시에 읽었다.
아내와는 책을 다 읽고,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배우를 쓸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같은 소설을 읽었는데 머릿속에 그린 영상은 서로 완전히 달랐다. 평소 영화를 자주 봤던 나는 제목은 모르겠지만 봤던 장면을 가져다가 짬뽕을 하면서 읽었다면 영화도 잘 안 보던 아내의 입장에서는 추격씬이나 각종 상황이 너무 긴박한데 반전이 계속 나오면서 몰입하고 상상하느라 숨쉬기 위해 잠깐 책을 놨다고 할 정도니 우리 둘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로 만든다면 대통령 역할을 누가 맡으면 좋겠는가?"에 대한 서로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영화 에어포스 원에 나왔던 해리슨 포드를 생각한 나와 다르게 아내는 리암 니슨을 생각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특정 스포츠를 했었는데 그 체형으로 나이가 들면 리암 니슨과 비슷할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통령이 사라졌다>를 읽고, 책도 책이지만 나와 이야기하는 수준이 올라간 것 같다며 독서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을 다 읽고, <졸업 선물>을 읽고 있다. 빡독x 모임이 정말 큰일 했다.
이 소설책으로 인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소설이 영화보다 이렇게나 재미있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왜 소설 원작 영화들의 대부분은 항상 마니아 층들에게 찬사를 받지 못하는지 알 수 있었다. 독서 추천은 긴밀한 관계보다 느슨한 관계에서 할 때 오히려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과 동시에 여러 책을 읽는 묘미가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아내와 함께 독서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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