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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사상의 흥망성쇠에서 오만가지 생각하게 하는 책

서평/2021

by kode_협회장 2021. 2.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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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정말 재미있다!!

읽는 내내 소름 돋고, 화도 나고 했지만, 내용을 떠나 소설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박살 낸 최고의 소설이다. <동물농장>은 빡독x하노버에서 추천받은 책이었는데 정말 감사하다. 자기 계발서나 인문/사회 교양서 중심으로 독서 편식이 심했는데 빡독x하노버 덕분에 <걸리버 여행기>를 시작으로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육아 휴직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 졌다.

<동물농장>은 <걸리버 여행기>와 달리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다. 결국 끝까지 다 읽고, 이 감정이 달아날까 바로 서평을 쓰기 시작한다. <동물농장>에 나오는 돼지, 개, 말 등 여러 동물들은 서로 소통할 수 있고, 심지어 동물과 사람이 소통 가능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동물농장

 

동물농장 - 스포 주의!!!

무책임하고 동물을 학대하던 메이너 농장의 주인 존스에게 길들여진 동물들은 곧 죽게 될 연륜이 있는 메이저라는 돼지의 연설로 인해 새로운 인생관을 가지게 된다. 인간에 의해 이용당하지 아니하고, 동물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존스를 내쫓는 혁명에 성공하고 '메이너 농장'의 이름을 '동물농장'으로 바꾸는 등 '동물주의'라는 사상 아래 농장을 꾸려간다. 

메이저의 영향이었을까? 다른 동물들보다 조금 똑똑했던 스노볼과 나폴레옹이라는 돼지들을 중심으로 농장이 운영되었고, '영국의 동물들'이라는 혁명가도 만들고, 동물농장을 이끌 7가지 계명도 만들었다.

  1.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누구든지 적이다.
  2. 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자는 모두 우리의 친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Photo by Lianhao Qu on Unsplash

 

'동물주의'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완벽했다. 각자 능력에 따라 일이 배분되어 대부분의 동물들(언제나 뺀질이는 있는 법. 이를 고양이와 같은 동물로 풍자한 것 같다.)은 같은 시간 일하고, 쉼이 보장되며, 결과를 배분하는 등 나름의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갔다. 정확하게는 그렇게 믿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정당 싸움을 하듯이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그러다 풍차를 계기로 나폴레옹은 9마리 개(무력)를 이용해서 스노볼을 강제 추방시켰다. '동물농장'은 더 이상 '동물주의'가 아닌 '나폴레옹의 독재체재'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글을 잘 모르고, 비판의식은 고사하고 과거에 대한 기억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맡은바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동물들은 독재 돼지인 나폴레옹의 말을 꺼림직했지만 그대로 믿었다. 특히 나폴레옹에게 반대의 기미를 보이면 같은 종족인 돼지라 할지라도 공개 처형 당하고, 스파이라는 명분으로 처형을 당하는 폭력적인 모습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동물농장'의 주도권을 잡은 나폴레옹은 '동물주의'가 상징하거나 만들었던 모든 유산들을 하나씩 없애거나 바꾸기 시작했다. 동물들의 노동은 그들의 삶이 아닌 '동물농장'의 나폴레옹을 위해 이루어졌다. 더이상 그들의 정신이 담긴 '영국의 동물들'을 부를 수 없었고, 대신에 나폴레옹을 찬양하는 노래를 해야 했다. 농장의 경제가 나빠지면서 은퇴나 복지에 대한 규정은 유명무실 해졌으며, 돼지와 그의 호위병인 개를 제외하고 다른 동물들의 삶은 인간에 의해 운영되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헌법과도 같았던 7가지 계명이 교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농장의 주인 역할을 하는 돼지들은 존스의 집에서 옷을 입었고, 침대를 이용했으며 술도 마시고, 다른 동물을 죽이기까지 했다. 별별 변명으로 이들의 행동을 정당화했으며 그 결과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 않게 되었다. 나폴레옹은 점점 피폐해지는 농장의 상황을 극복하고자 동물들을 속이기 시작하고, 스노볼이라는 공공의 적을 만들었으며 심지어 '적'이라고 규정했던, '동물주의'의 원인이 되었던 인간과 거래를 하게 된다. 그렇게 돼지들은 인간과 다를 바가 없어졌고, 결국 두발로 걷게 되면서 마지막 계명까지 어기고,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된다.

 

Photo by Kenneth Schipper Vera on Unsplash

 

동물주의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인간에게 반란도 했었는데 왜 돼지들에게 반란하지 못했을까? 사실 동물들에게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일에만 신경을 썼지 농장 돌아가는 것은 오로지 돼지에게만 맡길 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질문하지 않았고, 배우지 않았으며, 비판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은 나폴레옹이 인간보다 우위에 있는 모습에 대리 만족을 느꼈고, 그들에게 세뇌당했다. 그 결과, 나폴레옹은 세력을 점점 키워 갔고, 동물들의 무지가 그의 뱃살과 턱살이 되었다.

'동물주의'의 계명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동물주의는 그 시작이 화합이 아니라 단절이었다. 인간과 함께 잘 살아가기보다는 현실의 주인인 존스의 악랄함이 인간 전체의 악랄함이라고 편협한 생각을 했다. 식물농장이 있다고 하자. 식물농장의 입장에서 동물들의 똥이 자신의 영양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다리가 있으면 우리의 적이다.'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이렇게 화합이 아니라 단절을 그 사상의 핵심으로 여기니 카테고리가 나뉘는 순간 이 사상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돼지와 다른 동물로 나뉘면서 '동물주의'가 무너지지 않았는가?

전체주의?
공동체, 국가, 이념을 개인보다도 우위에 두고, 개인을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사상으로 국가 안에 모두가 있고, 국가 밖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으며, 국가에 반대하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위키백과

<동물농장>의 저자 조지 오웰은 전체주의에 반대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농장>은 전체주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쇠퇴하는지를 동물을 통해서 풍자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서평에 <동물농장>의 줄거리를 쓸 생각이 없었는데 이 줄거리만으로도 인간의 모습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지 않은가? 실제 책 속에는 더 많이 있으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Photo by BP Miller on Unsplash

 

세상에 단 하나의 평등이 존재할까?

<동물농장>을 통해서 리더의 역할, 팀원의 역할, 배움과 자기 계발의 중요성,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 등 정말 많은 생각을 했는다. 그중 계명에도 있는 '평등'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평등'이 무엇일까? 모두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밥을 먹으면 평등한 것일까? 일을 열심히 한 사람과 덜 열심히 한 사람의 결과가 같으면 평등한 사회일까? 평등이라는 말은 정말 모호한 말인 것 같다. 그 의미가 너무 다양하기에 그냥 '평등'! 이렇게만 말하고 이야기를 하면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달라 다툼이 생길 여지가 많다고 본다.

 

 

평등을 말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Equality와 Equity를 구분해야 한다. 위 그림을 보면 그 의미를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Equality는 키와 상관없이 똑같이 상자 1개씩을 주는 것이다. 자, 이것이 평등하다고 할 수 있는가? 키가 작은 아이는 상자를 받았음에도 야구경기를 볼 수 없는데? Equity라는 '공정'의 개념을 생각해 보자. 키가 작은 아이에게 상자 2개를 줬기 때문에 아이는 야구경기를 볼 수 있다. 이제 3명 다 야구경기를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제 평등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야구 경기를 보는 것'의 측면에서는 평등하다고 할 수도 있다. 키가 가장 큰 사람의 돈으로 상자 3개를 구매를 했다고 상상해 보자. 돈은 자신이 냈는데 자신은 단 한 개의 상자도 받지 못했다고 하면 평등한가? 또, 그림에는 벽의 높이가 일정하지만 왼쪽이 1m 더 높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낮아져서 키가 작고 상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다고 하자. 그럼 키 큰 사람에게 오히려 상자 2개 혹은 3개를 줘야 한다. 평등한가? 이제는 벽의 높이를 장벽이라고 하고, 키를 재산으로 보고, 상자를 정부의 지원이라 상상해 보자. 재산이 많은 사람이 어떤 프로젝트를 처리하는데 정부의 지원을 3개를 받아 장벽을 해결했다고 한다면, 아무 장벽도 재산도 없는 이에게 정부의 지원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괜찮을까?

딴지 거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평등이라는 개념, 혹은 우리가 공평하다고 믿는 것들이 실제로는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어떤 경우에는 맞고, 어떤 경우에는 틀릴 수도 있고, 지금은 맞고 나중에는 틀릴 수도 있다. 이렇게 복잡한 개념을 '동물주의'처럼 이분화해서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배우고 토론하고 비판하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지금 글을 쓰는 와중에도 너무 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있다. <동물농장>이 소설이라고 추천을 받았는데 읽고 나니 웬만한 일반 책 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게 이럴 수가 있구나!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동물농장>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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