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이라는 책을 통해서 개발자와 비개발자,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소통할 수 있는 IT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페이스북이 왜 인스타그램을 인수했어요?"
"돈 벌려고."
<IT 좀 아는 사람>은 IT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전문 용어와 같은 기초 지식만 다루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 IT 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해킹과 보안 등을 '애플 페이', '포켓몬 고'와 같은 여러 기업의 사례를 이용해서 쉽게 알려주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우수 IT 기업이 돈을 버는 사업 방식이나 제공되는 서비스의 원리 등을 알 수 있어서 그들의 행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들의 행보 끝에는 '수익'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는 다양한 IT 기술과 정책, 사업 전략 등 차이점이 존재했고, 그 차이점은 다른 '수익'의 결과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었다.
자율 주행, QR코드, 거대 IT 기업의 다음 시장 등 미래 IT 산업에 대한 흥미로운 주제가 많이 있었는데 그중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이 갔던 부분은 '로봇'에 관한 내용이었다. 과연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정말 빼앗을까? 여기서 '우리'는 누구일까? 앞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등 4차 산업을 이야기할 때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주제이고, 나의 미래도 그렇지만 딸아이가 또는 손자 손녀가 앞으로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일자리 소멸의 증거와 반증
IT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을 통한 많은 사업 분야에서 자동화가 이루어질 것이며 그 결과 인간의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라는 말에 증거가 있을까? 2013년 옥스퍼드대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3년까지 미국의 일자리 중 절반이 자동화로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시급 20달러 미만의 저임금, 저기술 노동자이고, 이를 학력으로 보면 고졸 미만의 저학력자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또 다른 데이터를 보면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 보지 않는 의견도 있다. 단순 조립 업무를 하던 노동자는 줄어도 로봇을 관리하는 엔지니어, 코더, 관리자 등의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프트웨어와 같은 새로운 일자리 산업도 생겨나니 로봇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의미보다는 오히려 육체노동자가 지식노동자로 전환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2033년이 될지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길게 보면 단순한 일자리일수록 먼저 없어질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소규모 회사의 경우, 기계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보다 인건비가 더 저렴하다면, 아무리 저임금 일자리라도 유지되지 않을까? 즉, 기술의 대중화로 로봇의 가격이 노동자의 월급을 대신할 수 있을 때까지는 우려할 정도로 일자리가 갑자기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변화사, 의사, 약사와 같은 전문직의 경우도 안심할 수 없을 것 같다. 미국의 모든 판결문을 AI가 학습한다면 변호사보다 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성악가는 어떨까? 컨디션이나 목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른 노래의 퀄리티를 보여줄텐데, 기계의 일정한 퀄리티와 함께 립씽크 연기를 잘하는 연극 배우를 쓴다면 극장 측면에서는 이윤을 더 남길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또한 IT 기술의 발전은 항상 부족하던 STEM 분야 (과학 Science, 기술 Technology, 공학 Engineering, 수학 Math)에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그 관심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것 같다. 독일의 Wirtschaftsinformatik (경영정보학)처럼 컴퓨터 공학만을 전공한 사람과 비즈니스 분야만 전공한 사람의 교집합과 같은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부익부 빈익빈
로봇의 자동화같은 첨단 기술이 주는 문제는 비단 일자리뿐만은 아니다. 이 기술을 이용하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집단이 누구일까? 기술을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기술을 가지게 되고, 없는 사람은 더 가질 수 없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속할까? 하지만 이것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 내가 기술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된다. 어떻게? 배우면 된다.
<IT 좀 아는 사람>에서 기술의 부익부 빈인빈을 극복할 방안은 '교육'이라 하고 있지만 그동안에 읽고 배운 대로라면 교육보다 '학습 능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당장 내일 어떤 기술이 나오고, 어떤 기술이 없어질지 모른다. 최근 읽지는 않았지만 <코딩 진로>라는 책을 유심 있게 보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 맹윤호는 책 인터뷰에서 개발자에게 기회가 있는 이유는 '기술의 반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에서 유추해보면 지금 내가 할 줄 아는 기술이 필요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고, 이때 필요한 기술을 가진 사람과 나의 위치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 말인즉슨, 끊임없이 학습하여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데 어떻게?
학습능력을 통해 남들보다 빨리 잘해야 한다.
복잡계에서 섣부르게 예측하여 올인하는 것은 굉장히 프레질한 전략이다. 안티프레질하게 대비하려면 학습 능력을 지금부터 부지런히 키워서 그때그때 필요한 기술, 지식을 습득할 준비를 해야 한다.
반성
<IT 좀 아는 사람>을 다 읽었을 때 드는 반성이 하나 있었다. 얼리어댑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신 기계, 기술, 플랫폼, 서비스 등을 등한시 하지 말았어야 했다. 거의 30년을 '문송합니다'로 살았는데 아이폰이 나왔을 때도,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도 심지어 이메일이 나왔을 때도 관심이 없었다. 해보지도 않고, SNS는 쓸데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냥 베컴폰 쓰고 SMS 하고 있었고, 노트에 연필로 적고, 영상이라고는 TV만 이용했으며 이메일은 쓰지도 않는데 왜 있냐는 말을 2010년대까지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바보 같고, 시대착오적인 행동이었나 싶다. 이제라도 책을 읽으면서 학습 능력을 키우고자 하고 있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려 하는 것만으로도 예전의 나보다 훨씬 발전했다고 생각이 들정도니 말 다했다. 지금부터라도 의식적인 소비를 통해서 지금 주변에 널린 기회를 인지하고자 한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IT 좀 아는 사람>에 나오지만, 내가 모르는 많은 기업들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최신 기술과 서비스로 돈을 벌려고 하고 있을 것이다. 돈을 벌고 싶다고 하면서 트랜드를 전혀 따르지도, 하물며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반성하며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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