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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과학책을 인문학책처럼 읽고 알게 된 것들.

서평/2021

by dokssultant 2021. 5. 2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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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자기 계발서나 건강과 식습관에 관한 책을 꽤나 읽어 봤는데 읽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 중 하나가 '뇌'였다. 그렇기 때문에 오로지 뇌 하나를 메인 주제로 하는, 듣기만 해도 어려워 보이는 뇌과학을 다룬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를 읽기에 충분한 준비운동을 마쳤다고 생각했다. 온라인 독서 모임 씽큐온에서 만난 지인들이 목차를 먼저 훑어보는 것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길래 목차를 찬찬히 읽으면서 독서를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분명 머리말을 읽으면서 저자가 뇌신경과학 전문의가 아닌 과학 전문 기자인 도나 잭슨 나카자와님이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에 놀란 것과 미세아교세포라는 지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쪽 분야에서 철저히 외면받았던 세포가 정신건강과 인지기능의 요체라는 것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기억이 나는데 그 뒤가 기억이 안 난다. 문제는 당시에 읽고 있던 부분이 '챕터 5'라는 점이다.

"왜 이렇게 집중을 못하지? 다시 읽어보자."

혼잣말로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다시 도전했지만 책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분명 정성스럽게 한글로 번역된 책인데 전혀 모르는 외국어로 읽는 기분이랄까? 그나마 고영성 작가님의 책 소개 영상으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마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에 담긴 많은 이야기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책을 읽기 전 자신했던 나의 문해력은 그렇게 밑바닥을 드러내었다. 심지어 뇌과학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착각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그냥 반성만 한 것이 아니라 지난 독서를 했던 시간 전체를 싸잡아서 욕하기 시작했다. 여기엔 순화해서 적었는데 뭐라 했을지는 읽는 이의 상상에 맞긴다.

"뭐야? 책 좀 읽고, 서평 좀 쓰니깐 뭔가 대단해진 것 같지? 아직도 갈길 멀다. 겸손하게 살아, 이자슥아." 

 

Photo by frank mckenna on Unsplash

 

관독을 하다

나의 문해력은 그렇다 치고, 계속 욕만 할 수 없기에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할지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때 고영성 작가님의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 관점을 가지고 읽는 관독이 갑자기 생각났다. 관점에 따라 같은 사건이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는 것처럼 책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독서법인데 지금 내게 딱 필요한 독서법인 것 같다. 이제부터 최신 뇌과학 연구 결과를 배우기보다는 그간 읽었던 또는 경험했던 직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나의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한다.

 

미세아교세포는 우리 마음의 천사일 수도, 암살자일 수도 있다는 진실을 우리가 이해하게 된 뒤로... (생략)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ebook pos. 255

미세아교세포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때로는 뇌의 해마에서 건강한 시냅스를 해하여 우울증, 불안장애, 자폐증, 강박장애,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 깊은 연관이 있는 영역의 뇌 물질이 소실되게 하고, 또 다른 때에는 과잉 분비된 스트레스 호르몬, 바이러스, 알레르기 유발 물질과 같은 것들로부터 뇌를 보호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중적으로 극단적인 미세아교세포는 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어떤 그룹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다가도, 다른 그룹에서는 팀의 능력을 억제하는 억제기 역할을 하기도 하니 말이다. 또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이야기가 내가 하는 이야기였던 적도 있다.

지난 10년간 미세아교세포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영원히 풀지 않을 것 같았던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에서 천사와 암살자처럼 극단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을 때 부정적인 요소를 (여기서는 암살자) 없앨 수만 있다면 극단적으로 긍정적인 요소만 가져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미세아교세포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존재하지만 나를 연구하는 과학자는 없다. 물론 주변 환경이나 나를 아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나의 행동을 분석하고,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등 부정적인 요소를 억제하고 긍정적인 요소만 남기도록 하는 과학자와 같은 외부 요소가 없다는 의미이다. 오로지 나 스스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 어떻게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을까?

 

Photo by Ferdinand studio on Unsplash

 

미세아교세포와 내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아마도 나는 미안하다고 할 수 있고, 고맙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미세아교세포가 우리의 뇌를 보호해 주었을 때 우리가 고마운 줄 몰라서 미세아교세포가 우리의 배은망덕한 행동을 꾸짖고자 시냅스를 해한 것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시냅스를 해했을 때도 우리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다르다. 상황을 인지할 수 있고, 그 상황에 따라 미안할 때 미안하다고 할 수 있고, 고마울 때 고맙다고 할 수 있으며, 사랑할 땐 사랑한다고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세포는 현미경을 통해서 적어도 실체는 확인할 수 있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우리가 하는 행동이나 말을 통해서 유추만 할 수 있을 뿐 그 실체 자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더불어 행동과 말은 종종 의도와 다르게 표현되기도 하기에 어쩌면 세포보다 더 다루기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미안하다고 하면 나의 권위나 평판이 떨어질까? 내가 먼저 사과하면 또는 사랑한다 하면 자존심이 상할까? 말할 타이밍을 놓쳤으니 그냥 넘어갈까? 쟤도 예전에 그랬는데 내가 왜? 우리끼리 남사스럽게 뭘 이야기하나?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온전히 파악하려고 해도 어려운데 위와 같은 말로 상황을 모면하거나 변명하고 있지 않나 반성을 하게 되었다. 미세아교세포는 어느날 갑자기 발견된 세포가 아니다. 항상 주변에 있었지만 그에 대해 몰랐을 뿐이다. 우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상황도 우리 주변에 항상 있다. 정말 못 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과학자들이 미세아교세포에게 그랬던 것처럼 의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은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에게 솔직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겠지만 인지하는 상황을 솔직하게 받아드리지 않으면, 또한 그 상황에서 해야 할 언행을 어떤 이유와 변명 때문에 하지 않았다면,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Photo by Science in HD on Unsplash

 

최신 뇌과학분야에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고 싶어서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 의도와 달리 부족한 문해력을 파악하면서 독서 메타인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역시 독서는 쉽게 잡히지 않아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앞으로는 좀 더 겸손하고 소란떨지 않으면서 겸허하게 독서를 해볼 생각이다. 물론 이렇게 하다가 또 한 대 맞는 날이 오겠지만.

과학책이지만 인문학책처럼 읽었더니 아버지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미미고고 정신(미안할 때 미안하다고 말하고, 고마울 때 고맙다고 말해야 한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자아를 파악하려면 내 행동이나 말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그 행동이나 말이 다른 요소로 인해 오염되었다면 진정한 의미의 나와 다를 수 있다. 이것은 오로지 스스로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니 미미고고를 통해서 솔직해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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