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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리스본행 야간열차] 꼭 어딜 떠나야 자기를 찾는 것일까? feat. 개인의 행복과 타인에 대한 의무감

서평/2021

by dokssultant 2021. 11. 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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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독x하노버에서 함께 읽고 나누는 "나비"님께서 친히 공항까지 오셔서 건네준 <리스본행 야간열차>.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총 4권의 책을 주셨는데 그중 가장 두꺼운 책을 읽고자 했다. 비행시간이 11시간인 만큼 환경 설정을 해서 읽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계획과 달리 비행시간에 다 읽지 못했고, 기차 타고 이동하는 시간까지 이용해서 거의 600쪽 가까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Photo by Frank Nürnberger on Unsplash

 

주인공 그레고리우스는 비 오는 날 다리 위에서 자살을 하려고 하는 포르투갈 여자를 구하면서 무작정 리스본행 열차에 탑승한다. 지난 57년 동안 해본 적 없는 자기 인생을 완전히 장악하는 기분과 불안과 해방감이 공존하는 기분을 느낀 그레고리우스가 여행 중 서사를 그린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아무런 계획 없이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서 자아를 찾는다거나 인생을 다시 보거나 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무책임하게 들린다. 본인의 인생을 찾으면 뭐하나. 남은 자들의 인생을 망쳤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렇게 얻은 인생이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그레고리우스는 수업 중 그의 가방과 책을 교실에 놔두고 그냥 그 길로 떠났다. 그럼 학생들의 소중한 시간은? 학교 입장은?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화가 폴 고갱의 이야기가 나온다. 고갱은 돈 한 푼 없는 아내와 자녀들을 파리에 남겨둔 채 타히티로 떠난다고 한다. 자기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사는 게 자기 할 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Photo by Alvin Leopold on Unsplash

 

여기서 우리는 "개인의 행복과 타인에 대한 의무감 사이에서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저울질"이라는 주제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두말할 필요 없이 개인의 행복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얻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해볼 필요가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선 개인의 행복을 얻기 어려울까? 개인의 행복을 위해 살인을 한다고 하면 아마 동의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럼 생명이란 개념은 개인의 행복보다 앞서는 것이고, 수업받을 권리는 뒤쳐지는 것일까? 개인의 행복보다 앞서는 의무감과 앞설 수 없는 의무감을 무 자르듯이 구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그것을 정할 수 있을까? 정했다고 한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뀌지 않을까? 그것을 일일이 대응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Photo by Stephen Kraakmo on Unsplash

 

그럼 타인에 대한 의무감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일까? 의무감을 쫓을수록 나를 위한 시간이 줄어들 것 같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러기 때문에 이런 류의 소설이나 마음 챙김과 같은 것이 나온 게 아닐까? 타인에 대한 의무감은 진사회성을 띄는 인간이 가지는 어쩔 수 없는 개념인 것 같다. 이렇듯 세상은 미우나 고우나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남들과 연결되지 않고, 더불어 살지 않아도 경제활동, 취미활동도 할 수도 있게 되면서 조금은 의무감에서 해방된 것이 아닌가 싶다.  

꼭 훌쩍 떠나는 여행이 개인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까? 멋있어 보이고 로맨틱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아무런 책임감도 없는 상태야 다르겠지만 무작정 덮어놓고 떠나라고 하는 조언은 전반적으로 무책임할 가능성이 높다. 주어진 환경에서 개인의 행복을 찾고 추구할 수 있는 방법도 있으니 말이다. 당장에는 좋을 수 있어도 결과적으로는 득이 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Photo by Dino Reichmuth on Unsplash

 

생각해보면 이런 일탈(?)이 필요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주변 시선이나 의무감 등으로 자존감을 잃었고, 모든 것을 끊고 자아성찰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마 여기에 속할 수도 있다. 또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고, 이 방법이 마지막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떠난 일탈이 반드시 그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만을 준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또한 일탈을 마친다음에 더 큰 불행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수하더라도 떠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인정한다. 다만 "무작정 덮어놓고" 떠나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레고리우스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그를 기다리는 학교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가 그동안 어떻게 타인에 대한 의무감을 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이렇게 떠났을 때 다른 사람들이 욕하지 않고 나를 기다려 줄까? 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까? 욕이라도 하면 다행인데 떠났는데 떠난 줄 모르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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