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독x하노버 나눔을 통해 알게 된 책으로 사실 이런 종류의 마음을 위로하는 책은 체질에 맞지 않지만 우울이나 자존감보다도 불안감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한번 읽어 보고 싶었다. 마음 챙김 관한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었는데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사례를 설명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사실 마인드 컨트롤 자체가 누구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으로 하고 싶은데 4컷 만화로 이루어진 <공룡 테라피>는 다른 책들과 다르게 이론이나 연구 결과 없이 오로지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많이 주었다는 점에서 시간 내어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난 뭔가를 성취하기에는 너무 바쁜 느낌이야" "뭐 하느라 바빠?" "내가 성공하면 친구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워할지 상상하느라"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실제로 내가 러닝머신을 할 때 30분-40분이 지겹지 않은 이유는 그 시간에 상상 속에서 축구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이 유산소 운동을 통해서 내가 좋아지면, 축구할 때 특정 상황(대부분 이전에 아쉬운 결정을 했던 과거의 상황)에서 이렇게 움직이고, 패스를 주고받고, 슛을 저렇게 해서 세리머니를 어떻게 하고, 그러면 동료들이나 관객이 기뻐한다는 상상을 하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간다. 심지어 너무 과몰입해서 기계를 발로 차거나 상상 속 동작을 실제 상체와 팔을 이용해서 표현한 적도 있다. 슛을 쏘다가 자전거에서 떨어질 뻔도 했었다.
"너 스스로 생각을 해" "하지만 제가 만들지도 않은 언어로 생각해야 해요. 다른 이들이 준 정보를 기반으로 내가 택하지 않은 경험을 하면서 말이죠. 나는 어른들이 불가능한 요구를 한다고 생각해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부분이다.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을 과거에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남긴 그들의 언어와 방식을 배우는 것인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닌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당연하니 못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못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는 점. 오히려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의 입장에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이 떠올랐다.
<공룡 테라피>에서는 우리가 이렇게 고민하고 우울하고 불안해하는 것들, 스트레스받는 것들을 보면 잘못된 사회 구조의 영향도 있다는 것도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현실에 치여 그 사회문제를 문제 자체로 인지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그냥 "적응"이라는 말로 그렇게 보내려고 하는 모습도 담겨있다. 더욱 성공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졌다. 막연히 내 딸아이가 내가 살았던 사회보다 조금 나아진 사회를 바랐는데, 좀 더 부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해진 기분이다. 죽기 전에 작은 변화라도, 그 변화의 불씨라도 남기고 싶다.
물론 모두 이해되고 만족스러운 이야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열심히 산다는 건 과대평가되어 있어. 진짜 인생은 그 사이사이에 있어."
읽으면서 "우와"하면서 수긍했지만 이 내용을 잠깐 동안 생각해 보면 그 사이사이에 있는 인생을 위해서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이고 과대평가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의 배분 문제에 있어서 공평하지 않다는 점도 언급하는데 과연 모든 노동자가 착실히 일을 할까?라는 의문도 항상 있다. 노동자는 최선을 다해 일하고 헌신하는데 그 결과는 소위 사장이라는 사람만 독식한다는 내용을 볼 때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을 함께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부의 분배가 잘 이루어져서 만족도가 높은 회사도 있을 것이고, 존경받는 사장이나 부자들도 분명히 많다. 하지만 부자는 "악"이라는 공공의 적으로 보는 것 같은 뉘앙스를 주는 콘텐츠만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부자들도 마음 챙김이 필요할 것인데 이런 밑도 끝도 없는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원인일 수 있지 않을까?
전반적으로 바쁘고 지치는 세상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다르게만 혹은 나쁘게만 보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내용이 많았다. 공감이 필요한 상대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공감하지 못하는 자세 등 다양성이라는 말만 번지르하고 실제로는 다른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특히 그냥 가만히 있고, 잠을 자고 싶다는 내용이 많은데 이것이 현대인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이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환경에서는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고 즐기고 있는 사람(실제로 자기 계발은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목표가 자기만족이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 상황에 만족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워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은 시대에 뒤쳐지고, 안일하거나 게으른 사람으로 치부해버리기 십상이다. 마치 독서가 좋다고 책에 관심조차 없는 사람에게 독서를 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또 다른 폭력인 것처럼 말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폭력은 신체적인 것도 있지만 정신적인 것도 상당하다. 우리는 선한 얼굴로 그들을 위한답시고 다른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상처를 준 것이 아닌가 나부터 반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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